아내 잘못 있어도 집나간 남편은 이혼청구 못해

서울가정법원 "혼인관계 회복하려는 노력하지 않아"

등록 2009.07.16 21:35수정 2009.07.1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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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내가 시댁을 홀대했더라도, 혼인생활 중 늦은 귀가·폭언·도박 등으로 부부갈등을 제공하고, 특히 집을 나가 별거상태를 야기한 남편은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로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44)씨와 B(44·여)씨는 1990년 학원강사로 근무하면서 알게 돼 사귀다 1991년 6월 결혼했다. B씨는 혼인생활 중 서울 강남 등지에서 학원을 운영해 왔고, A씨는 처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혼인기간 중 생활비는 주로 B씨의 학원운영 수입에서 마련됐는데 2005년 이후 B씨의 학원운영이 어려워지자, 경제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부부갈등이 시작됐다. 그런데 A씨의 음주·늦은 귀가·폭언·도박행위 등의 문제로 둘은 여러 차례 다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부부관계와 관련한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5월 B씨가 옆집 아주머니와 말다툼을 하면서 심한 욕설을 듣게 됐는데 이때 A씨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도움을 주지 않아 B씨는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됐고, 이로 인해 둘은 심각한 다툼이 있었고 이후 갈등이 점점 심해지게 됐다.

그러던 중 2007년 9월 A씨는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수강생들과 함께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는데, B씨는 출국 당일이 유방암 검진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여행에 불참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거절해 다툼이 발생했고, 결국 감정이 격해진 B씨가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자해를 시도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A씨는 여행을 못 가게 하면 이혼을 하겠다고 했고, 둘은 화가 나 협의이혼하기로 약정서를 작성했다. A씨는 예정대로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고, 이후 둘은 약정서에 따라 협의이혼을 하려 했으나, 협의이혼 의사확인 기일에 불출석해 결국 협의이혼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A씨는 골프여행을 다녀온 이후 수차례 외박을 하는 등 혼인생활을 계속 유지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3월 집을 나가버려 현재까지 별거상태로 있다.

한편, 결혼 초기에 B씨는 시댁 행사에 자주 참석했으나 시어머니가 여러 차례 사업자금을 요구해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1995년 1월 시부모가 B씨에게 욕설을 해 사이가 더욱 벌어지게 됐다.


또 이듬해 시아버지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안사돈인 B씨의 모친에게 전화해 2시간 동안 욕설을 한 사건으로 시부모와 B씨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게 됐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시댁의 집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A씨는 이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현재 A씨는 강력하게 이혼의사를 밝히고 있는 반면, B씨는 일관되게 '딸(17)의 장래를 위해 이혼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A씨는 "아내는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흥분한 상태에서 욕설을 하면서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고, 심지어 사소한 말다툼 끝에 이혼을 요구하면서 흉기로 자해하려 하는 동시에 나를 살해하려고 하며 위협하기도 했다"며 이혼소송을 냈다.


또 "재산이 모두 아내 명의로 돼 있는 것을 악용해 나를 무일푼으로 내쫓으려 하고 있고, 시부모를 전혀 찾아가지 않는 등 시부모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는 등 아내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서울가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익현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유책배우자인 A씨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혼인생활 중 음주, 늦은 귀가, 폭언, 도박 등으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점, 혼인기간 중 피고와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특히 집을 나감으로써 별거상태(14개월)를 야기해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으며, 별거 이후 혼인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 등에서 원고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는 딸의 장래를 생각해 이혼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고, 원고가 이혼의사를 철회한다면 피고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의 일부를 원고 명의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오직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원고의 이혼 청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혼 #유책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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