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시골버스엔 노인 승객이 대부분이다. 등하교시간엔 학생들이 많이 탄다. 30~50대의 돈을 버는 남성이 시골버스를 타고 다니는 경우는 가물에 콩나듯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운전기사는 급하게 독촉하는 것보다는 넉넉하게 기다리는 것이 생활화될 수밖에 없다.
송상호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다. 버스 밖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라 버스 안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사실 그 할머니뿐만 아니라 버스에 탄 몇 사람의 이구동성이었다.
"아. 왜 그려유. 뭔 일 났시유."버스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웠다. 모두의 시선이 기사아저씨 쪽이 아닌 창밖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소에서 100m 쯤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다가 멈춰 서고 있었다.
"아, 빨리 뛰어와. 뭐하는 겨?" 버스에 탄 한 할아버지가 총각을 향해 외친 목소리다. 그제야 그 목소리를 들은 총각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 버스에 타고 있던 나를 포함한 열 댓 명의 사람들은 모두 그 총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은 고개를 죽 내밀고 보거나 일어서서 보았다.
"으샤으샤"
누구도 이렇게 소리를 내어 응원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론 이미 응원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총각도 우리의 응원을 들었는지 조금 전 보다 더 힘껏 달려오는 듯 했다.
다른 차들이 버스를 앞질러나갔다. 시골의 편도 1차선 도로에 버스가 멈춰 섰으니 그럴 수밖에. 몇 대의 차가 앞질러 지나가도 기사아저씨와 승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모두의 관심사는 그 총각의 뜀박질에 가있었다.
드디어 총각이 버스에 올라탔다. 숨을 헐떡거렸다. 부리나케 교통카드를 찍고는 총각이 말했다.
"난~~~ 또.... 버스를 놓친 줄 알고 뛰지 않았는데.....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버스 기사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씩 웃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감사하다고 하느냐. 가끔씩 있는 일이며, 이 정도는 기본이다'라는 식이었다. 거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무슨 큰일을 이루어낸 양 그 총각을 보고 웃었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지 그 총각은 잽싸게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버스는 신나게 안성시내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