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중인 아이들매학기 마다 치뤄지는 시험.
오마이뉴스
전교조 선생님들이 끌려갈 무렵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 집 녀석이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빠, 나 그냥 A반에 남을까?""뭘?""영어 A반 선생님이 그라는데 자신의 교육방침이 맘에 안 들면 옮겨도 된다고는 했는데..." "그때 그 선생님? 영어 단어 시험 봐서 틀린 수만큼 때린다는."녀석의 학교에서는 영어 성적에 따라 A.B.C 반으로 우열을 나눠 공부하는데 녀석은 상위권인 A반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A반을 맡은 영어 선생님은 단어를 외우지 못하면 맞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자신 없으면 B반으로 옮겨도 상관없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녀석은 이전에 그 영어 선생님의 매질에 호되게 당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망설여지는 모양입니다.
"에이, 그냥 A반으로 남을래." "맞아가면서 공부 하겠다구?""아니, 그게 아니구. B반으로 옮기고 싶은데 옮기려는 애들이 한명도 없더라구."녀석처럼 매질을 당하고 싶지 않아 다른 반으로 옮기고 싶은 친구들이 더러 있긴 한데 부모에게 혼줄이 나거나 영어 선생에게 미움을 받을까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맞을 각오까지 하면서 공부하믄 쓰것냐?""열심히 영어 단어 외워서 맞지 않으면 되지 뭐.""그렇게 해도 되지만 그건 좀 그렇다, 맞지 않으려구 공부한다는 게 치사한 거 같지 않냐, 비민주적이지 않어? 니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문제지만 좀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교과서만 공부하면 고등학교에 갈 수 없다고 믿고 있어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단어장을 외우게 한다는 영어 선생님. 아이들은 영어 단어를 못 외우면 그 선생님에게 얻어맞아야 하고 잘 외우면 초코파이를 얻어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나도 1학년 때 그 선생님 한티 초코파이를 얻어먹었는데. 먹을 때 좀 치사하더라, 누구는 얻어맞고 누구는 초코파이 얻어 먹는 게." "그래두 너 그거 얻어먹었잖어.""아녀, 혼자 먹기가 치사한 거 같아서 친구들과 나눠 먹었어."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잠시 깜박 잊고 있었던 녀석의 결정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결정했냐?" "뭘?""그거 임마, 영어 수업.""아 그거, 그냥 A반에서 공부하려다가 B반으로 옮겼어.""그래? 대단한데! 너 혼자?""아니, B반으로 옮기고 싶었던 친구가 한 명 더 있었어."그 친구는 녀석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시험 성적으로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너무 슬프다. 자기가 성적이 오르면 다른 친구들의 성적이 떨어지니까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더랍니다.
"너 전교조 선생님들이 시국선언한 거 알 지? 니들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려고 한 거.""알어.""그런 선생님들이 있으니께 든든하지?""그럼 든든하지."'참교육을 위협하는 피'를 뽑는 사람들 녀석이 비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환경을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바른 양심으로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해직되고 투옥까지 당해야 했던 전교조 선생님들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합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MB정부의 막가파식 정책에 굴하지 않고 또다시 시국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나섰으니 이제 학부모들이 힘을 실어 줘야 할 때입니다. 그 힘은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니까요.
억수로 퍼부어 대던 장맛비도 주춤하니 논에 나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린 벼들의 숨통을 위협하며 끊임없이 솟아 올라오는 피를 뽑아야 줘야 합니다. 인간사 잡초들을 죄다 뽑아낼 수는 없듯이 피 역시 다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농약을 쳤더라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를 제거하는 농약을 치게 되면 어린 벼들 또한 그 농약에 오염됩니다. 그렇다고 피를 다 살려 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피가 너무 많아지면 어린 벼들이 올 곧게 자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년에 충분히 경험했듯이 시기를 놓쳐 피가 너무 커 버리면 벼와 구별하기도 힘듭니다. 뿌리를 깊이 내려 뽑아내기도 어렵습니다. 그 다음해는 그 피의 씨가 논에 떨어져 더 많은 피들이 생기게 됩니다.
적당히 뒤섞인 피는 벼와 공존할수 있지만 맥손 놓고 팽개쳐 놓게 되면 논은 온통 피 바다가 되고 벼는 쭉정이 투성이가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고 살아가는 세상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MB정부의 교육정책은 어린 벼들을 위협하는 피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저들의 비민주적이고 비인권적인 교육정책을 방관하게 되면 결국 우리 아이들을 겉은 멀쩡한데 속이 차지 않는 쭉쟁이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또한 '참교육을 위협하는 피'를 뽑아내겠노라 두 팔 걷어 붙인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그 어느때보다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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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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