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아들의 체중은 어느새 100kg에 이르고 있다. 뱃살이 가당치 않다. 출렁거린다. 요즘처럼 속옷만 입고 다닐 때는 보기조차 역겹다. 그동안 조깅도, 테니스도 같이 해 보았고 헬스클럽에도 모시고(?) 갔지만 늘어나는 뱃살을 막지 못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도중하차하기 일쑤였다. 왜 저렇게 독하고 끈질기지 못할까. 오히려 애비의 관심과 보호가 아들의 자생력을 이렇게 약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냥 내버려 둘까. 부풀어 오르는 아들의 뱃살을 두고 지난 몇 년간 벌인 설득과 노력이 별 결실 없이 끝난 셈이다. 그나마 더 이상 부풀지 않은 것이 다행이면 다행이다. 녀석에겐 비만이 만병의 원인이며, 방치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협박전도 이젠 먹히지 않는다. 먼 나라의 얘기처럼 들리는 것 같다.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그 녀석의 양심(?)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큰 용기가 요구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부모란 자식들로 인해 여러 걱정꺼리를 끼고 산다지만, 다 큰 아들의 뱃살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서글프고 부끄러울 뿐이다. 또 사치스런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부자간의 인연이 모질기도 하지.며칠 전에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헬스클럽이 생겼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또 기대하며, 3개월치 회비를 봉투에 정성스레 넣어 주었다. 애비의 간절함을 시위했다."이번에는 성공한다? 이건 아버지의 비자금이다.""예, 아부지. 염려 맙쇼."운동을 시작한 며칠, 아들이 열심히 땀을 잘 흘리는지 궁금했다. 문자 메시지로 확인해 보았다. "ㅋ ㅋ 아부지,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 걱정 맙쇼 ^^" "말은 비단 같다. 하루도 빠지면 안 돼!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1kg이야."아들도 이제는 달라질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이어트도 금연처럼 힘들다던데... 이러던 녀석이 일주일만에 집에 왔다. 살이 좀 빠졌을까? 기대하며 체중계를 내밀었다. "자, 달아보자." 아들은 슬며시 꽁무니를 뺐다. 재촉하는 나의 압박에 의미 있는 웃음을 짓고 육중한 몸을 체중계에 올렸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거렸다."좀 빠졌나?""아, 이상하다. 똑 같네. 계속 운동 했는데도…."애초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나? 맥이 빠졌다."이 녀석! 뭐라고? 독하게 안 했지. 먹는 것도 줄이고 있나?""노력하고 있십다, 아부지. 그런데 이제 겨우 일주일밖에…."아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 애비의 조급함을 되레 탓하는 것 같았다."인마, 그래도 좀 표가 나야지. 아휴, 저 똥배 좀 봐. 보기 싫어. 똥배가 나오면 '♂'도 살 속으로 꼭 숨는다는 것 알고 있제?"좀 민망한 표현이었다. 독한 처방을 하고 싶었기에. 지켜보던 마누라는 그만하라는 눈치다. 며칠만에 집에 온 취업준비생에게 또 이렇게 약효 없는 잔소리를 하는 남편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어디서 귀담아 두었던 말이 떠올랐다."하여튼 살 못 빼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기업체에서도 살 찐 녀석들을 뽑지도 않는다더라. 이 불경기에 자기 몸 관리도 못하는 녀석에게 어떤 일을 맡기겠어! 여유부릴 때가 아니래도?"녀석은 왜 부모를 닮아 가지 않았을까. 우리 부부는 취미도 운동이고 특기도 땀빼기여서 주위에서 운동중독 증세가 있다고들 하는데, 녀석은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 닮으면 누가 뭐라 하나? 오늘도 살 빼는 데 박차를 가하는지 궁금했다. 문자로 녀석을 치근거렸다. 이번에는 작전을 좀 바꾸었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싶었다. 그 먼 옛날 아들의 탄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아들래미! 덥제? 뱃살은 잘 있나? 이번엔 성공해서 두 번째 큰 선물을 줘야 돼?"금방 회신이 왔다."그런데, 첫 번째 선물은 뭐였는데요 ㅋㅋ"이럴 줄 알았다. 궁금해 있을 녀석에게 겨우 또박 또박 보냈다. 아들의 존재가치를 새삼 일깨워 뱃살을 줄여 보자는 의도였다."뭐겠네? 니가 준 것을 모르나? 생각해 봐. 애비 맘을 이렇게 모르니…."이런 저런 선물을 생각해 봤을 게다. 우리네 정서에서 아들은 그 첫 번째 선물을 생각해냈을까?"ㅎㅎㅎ 잘 모르겠는데요, 직접 좀 알려 주세용." 좀 쑥스럽기도 하고 장난기도 생겼다. 스스로 자기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싶었다."안 돼, 이 멍충아. 니가 풀어봐라. 모르면 영원한 숙제다."이번에는 생각을 많이 했는지 문자가 좀 늦었다. 아마 답을 알았더라도 아들 역시 말하기가 좀 그랬을 게다."ㅋㅋㅋ 숙제는 천천히 풀도록 할게요. ㅋ 그다지 어려운 숙제는 아닌 듯^^. 2번째 선물을 꼭 드릴게요.""오냐, 알았다. 그런데, 아부지는 살찐 선물은 거부한단다. ♥♥" 덧붙이는 글 | <뱃살아 미안해>공모작 덧붙이는 글 <뱃살아 미안해>공모작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뱃살 #운동 #끈기 추천10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강성수 (kss4321)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당신 정말 간이 크네요! 구독하기 연재 뱃살아 미안해 다음글8화뱃살과의 마지막 승부 현재글7화행동하지 않는 아들의 양심을 고발합니다 이전글6화"똥배 좀 넣지" 한마디에 10kg 뺐어요 추천 연재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SNS 인기콘텐츠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공개행보 "6년간 책 3권 쓰는 일에 몰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행동하지 않는 아들의 양심을 고발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9화누구를 위해 러닝머신 위를 달리나 8화뱃살과의 마지막 승부 7화행동하지 않는 아들의 양심을 고발합니다 6화"똥배 좀 넣지" 한마디에 10kg 뺐어요 5화몸짱→결혼→당뇨→회복... 뱃살 탈출 20년사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