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후군 시리즈 2탄-유괴 증후군
다산책방
안: 김기자의 평소 서평을 보면 일본추리소설 소설뿐 아니라 서양 추리소설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둘을 비교하면 어떤가? 서양쪽에는 초자연적, 초인간적인 존재들이 비교적 많이 등장하지 않나?
김: 물론 초자연적이나 심령적인 소재를 다룬 서양 미스터리 소설도 많다. 딘 쿤츠, 스티븐 킹처럼. 이런 작품들과 사회파 추리소설 나름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사회파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인간세상의 어두운 모습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추리소설은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런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내면, 범죄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다. 일본 추리소설만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은, 인간의 내면보다는 그런 현상에 좀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스티븐 킹과 딘 쿤츠는 현상과 내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몇 안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안 기자는 일본소설의 어떤 점에 끌렸나.
한없이 나약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 잘 보여줘 안: 나는 '인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에 많이 끌린다. 일본 추리소설은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에도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오컬트류 소설'도 무지 많다.)
이상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가끔 감동을 받는다. (아마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감동받는다고 할 사람은 나밖에 없을 듯^^) 왜냐하면 인간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모습 그리고 한없이 나약하고 고독하고 유한적인 존재로서의 나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있는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데 그것은 곧 내모습이기도 하더라. 그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두려워하고, 증오하지만 한편으로는 연민이 느껴진다.
김: 일본에서는 그런 사회풍토를 재미있는 소설로 묘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점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더라.
안: 예전에 내가 어느 일본소설 번역자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은 우리나라에도 사회파 추리소설을 쓸 수 있는 소재나 고민거리들이 많은데 그냥 지나치는게 아쉽다는 말을 했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사고가 오죽 많았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건, 씨랜드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부터 최근의 뉴스로 눈을 돌리면 고 장자연씨의 자살, 비정규직 해고, 안락사 김할머니 등등 우리사회의 모순과 치부, 미스터리를 안고있는 문제들이 정말 많다. 이런 사회문제들을 소설로 쓸 수 있다면 우리의 모습을 좀더 '직시'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사회파 추리소설의 사명이라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웃음)
한국사회 vs 일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