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람이 분다' 공연을 알리는 대형 걸개
이윤기
부산 지역 출연진 공연이 끝나고 2부 공연이 시작되면서 사회자도 바뀌더군요. 오한숙희씨가 2부 사회를 맡았습니다. '다시 바람이 분다' 공연은 기본적으로 엄숙하고 숙연한 그런 축~처진 추모행사가 아니었습니다. 49일이 지난 그 분의 죽음을 더 이상 슬퍼하지만 말고 이젠 희망을 이야기하자는, 희망을 노래하자는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찾사, 우리나라, 권진원 같은 팀이 소위 386세대의 정서에 맞는 노래를 불렀다면, 뒤이어 나온 아프리카, 윈디시티, 신해철과 넥스트 같은 팀들은 훨씬 더 젊은 세대의 정서에 어울리는 듯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나이드신 분들도 "모두 일어나서 신나게 놀아보자"는 '락밴드'의 지시(?)에 따라 함께 어울리려고 많이 애를 쓰시더군요.
한 팀이 보통 3곡 정도를 노래하고 연주하였는데, 끝내 한 팀 공연이 모두 끝날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 앉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쨌던 젊은이들과 어울려 껑충껑충 뛰면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노란 부채를 열심히 흔드시더군요.
저 역시 젊은 시절에 하루 종일 오른팔을 치켜들며 구호를 외치고 민중가요를 불렀던 경험이 많지만, 락밴드의 열정을 따라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젊은 시절 민중가요 보다 훨씬 빠른 비트의 락음악에 맞춰 팔을 흔드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오한숙희씨의 탁월한 말솜씨가 빛나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분다, 서울에서 바람이 불었고, 부산에서 다시 바람이 불면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맞바람이 일어나는 거다." 참 멋진 표현이지요. 서울과 부산에서 부는 맞바람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이 바람을 전하게 될 것이 분명해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