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바티칸시국 우체국에서 부쳐진 네 통의 편지

등록 2009.07.11 19:01수정 2009.07.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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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오전 9시 41분(이탈리아 현지시각), 네 통의 편지가 로마의 바티칸 우체국에서 부쳐졌습니다. 이 편지들은 제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영일 내각 총리, 주상성 인민보안상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편지는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당국에게 개성공단에서 체포되어 100일 이상 억류되어 있는 유 모씨의 인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편지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유 모씨가 국제적으로 인정될 만한 위반사항에 의해 기소되거나 즉시 공정한 재판의 기준에 부합하는 재판을 받지 않는 한, 그를 빠른 시일 내에 석방해 주십시오.

2. 유 모씨가 구금되어 있는 장소를 공개해 주시고, 그가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고, 그가 선택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가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의 영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 편지는 국제앰네스티가 주도하여 유 모씨의 석방 혹은 인도적 처우를 요구하도록 전세계의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요청한 긴급구명활동 캠페인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 역시 인권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보장되기를 염원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캠페인에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억류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알지 못하며, 유 모씨에 대해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범죄사실을 반박할 어떠한 증거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100일 이상의 가족과의 접촉도 없이, 그가 지정한 변호사의 조력도 없이, 구금된 장소조차 비밀에 부쳐진 채 조사를 받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관례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위의 사항을 북한당국에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처음 창립한 이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국 정부에 편지를 보내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활동의 하나로 삼아왔고 수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많은 경우에 인권문제는 한 국가 내의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결되지만, 이름없는 일반인들의 편지와 항의, 그리고 인권침해 사실을 널리 알리려는 노력은 늘 생각보다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어느 정부도 자신의 인권침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정치외교적 압력만큼이나, 일반 시민들의 항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앰네스티는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결국은 남북정부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세계각지의 수많은 시민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해서 북한에 편지를 보낸다면 보다 빠른 해결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연 북한당국이 어느 정도까지 이런 편지들에 반응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인권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어떤 국가도 여기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인권을 보장하려는 세계시민들의 염원이 이번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유 모씨의 인권보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번 편지 보내기를 통해 북한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한 개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디 북한과의 접촉이 더 쉬워지고 서신왕래가 자유로워져서 앰네스티 회원들이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활동하듯 북한에 대해서도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러두기


1.
대북서신 전달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에 따라 사전에 절차에 맞게 신고하고 신고가 수리되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에 규정된 북한주민접촉을 위한 사전신고를 위해서는 아래 사이트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북한주민접촉신고 사이트 (www.tongtong.go.kr)

2.
이번 서신전달에 대해 정부가 신고를 수리한 것은 본 서신의 내용과 전달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서신내용과 그 전달에 대한민국정부의 입장이 반영되었다고 해석되어서는 안됩니다.

3.
남한의 우체국에서는 북한으로 편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북한에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편지발송이 가능한 제3국을 통해야 하며, 이때 편지를 대신 부쳐주는 사람이 남한국적일 경우에는 이 사람 역시 신고대상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4.
전체적인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서 다른 분들의 참여를 권유할 수는 없지만, 혹시라도 편지를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당부 드립니다.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억류된 유 모씨의 안전과 인권보호에 있지, 북한당국을 비난하고 단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편지내용은 정중해야 하며 불필요한 논쟁이나 북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 모씨의 안전이야말로 유일하고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어야 합니다.

5.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지 않습니다. 저는 앰네스티 국제사무국의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었으며, 단순히 개인자격으로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이번 편지 보내기에는 저와 또 다른 시민(앰네스티 일기 필명, 에이치에스) 한 사람, 이렇게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첨부파일
pv1.jpg
pv2.jpg
pv3.jpg
pv4.jpg
pv5.jpg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앰네스티일기 블로그(http://www.amnestydiary.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앰네스티 #개성공간 #억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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