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갈래의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는 표돌천
김혜원
"지금 제남이 얼마나 더운데 여행을 하려고 하세요? 어제 보니 40도라고 하던데. 더위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데요. 차라리 가을에 오지. 여름에 제남여행이라니 말도 안 돼요."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여름휴가 기간동안 표돌천, 태산, 곡부 등 중국 산동성 지역을 돌아볼 생각인데 통역 겸 가이드를 해줄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니 여름에 웬 제남여행이냐며 펄쩍 뛰었지요.
아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비행기표는 예매해 둔 터. 덥다고 한들 얼마나 더우랴싶었지만 막상 제남 공항에 내리니 밤 비행기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훅'하고 느껴지는 공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중 나온 여직원도 걱정을 합니다.
"하필이면 이 여름에 제남에 오셨어요? 여름엔 장백산같은 동북쪽이 시원하고 좋은데...""어차피 제남에 와야 할 일도 있었으니까 일도 잠깐 보고, 여행도 하자는 거지."사실 제남행을 택한 것은 남편입니다. 이번 휴가는 일을 잊고 오직 여행만을 위한 시간을 내자고 했지만 알고 보니 사업상 제남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던 것이지요.
다음날 아침. 호텔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바람에 머리를 나부끼며 달리는 자전거의 행렬을 바라보며 우리도 시원한 아침바람을 느껴보려 호텔방의 창문을 열었지만 곧바로 닫아야 했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기대했던 상큼하고 시원한 아침바람이 아니라 사우나 안처럼 덥고 습하면서 탁한 바람이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