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은 유연한 진보라고 했는데 진보정권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한계가 있다고 할 정도로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유성호
- 김대중·노무현 10년을 '중도 좌경정권'으로 규정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보수 쪽에서는 친북좌파라고 하고, 진보 쪽에서는 중도보수라고 평가한다. 권영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짝퉁 진보라고 했다. 기든스는 김대중 정권을 중도좌파라고 했다. 하지만 중도좌파라고 하기에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폈다. 신자유주의적인 면이 많았다. 노무현 정권도 한미FTA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좌파들이 떨어져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을 때까지 진보주의를 연구했는데 지도자로서 결함이 있지만 그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속물적이지는 않다는 증거다. 진보주의를 연구한 글 두 편이 공개됐는데, 거기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진보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서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답했다.
자신은 유연한 진보라고 했는데 진보정권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한계가 있다고 할 정도로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렇게 중도주의인데 좌경화돼 있다는 의미에서 (중도좌파가 아닌) 중도좌경정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 보수진영에서 '좌파'로 규정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세 가지 국정목표가 있었다. 동북아 균형자, 민주주의, 균형발전이 그것인데, 그 가운데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했다. 청와대와 당을 분리해서 제왕적 대통령의 전통을 혁파했다. 또 공영제를 확대해 돈 적게 드는 선거를 만들었다. 무리할 정도로 복지예산을 늘렸다. 그것은 공로라고 본다. 균형발전에도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대북정책에서 개혁개방을 빼버리고 간 것은 잘못이다. 기자실 없앤 것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었다. 저도 데모했다. 기자실 없애면서 진보언론도 돌아섰다. 이것은 졸렬한 짓이다. 이게 수정주의 역사관 때문이다. 경제성장도 7%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4%대에 그쳤다. 카드대란 영향도 있었지만 국내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 노동정책이 반기업적이었다. 내가 중도좌경정권이라고 표현한 걸 두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합리화해줬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애도하는 열기의 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이명박 대통령(정부) 때문에 그렇다. (이명박 정권을) '강부자', 즉 부자만을 위한 정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 받다가 자살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살은 절대 미화할 수 없다. 잘못됐거나 억울하면 살아서 진실을 밝혀야지 자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우리가 그동안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그런데 중진국 문턱에서 1만 불 시대가 10년 넘게 계속 됐다. 거기서 좌절감을 느낀 것이다. 경제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으로 역풍이 불어 이명박 후보에게 표가 몰린 것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에게도 자산이 있었다. 그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빈민들이 자신을 이명박 후보에게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대했는데 1년 반도 안돼 실망이 워낙 커서 노무현 추모 열기로 가는 것이다."
"민노당-진보신당 통합하려면 종북주의 탈피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중도실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데."(이명박 대통령이 제기한 중도강화론과 관련) 중산층·중도층을 기르는 게 중도층 강화라는 해석이 있고, 좌우를 포용하는 중도실용주의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우파 입장에서 반대쪽 정책을 받아들여서 하는 것이라고 본다. 좌파정책을 과감하게 쓸 수 있고 좌파를 장관으로 기용할 수도 있다. 오바마도 공화당 출신 장관을 유임하고 대사도 시켰다. 그런데 그것이 대중영합적으로 나가는 인상을 주는 것이 문제다. 황석영이 '이명박은 중도실용인데 우파 때문에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보수진영 지지층의 불신을 사게 되는 것이다."
- 정체성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누군가 '상인적 기질이 나타났다'고 얘기하더라.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노무현 추도 열기로 역풍을 맞으니까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세를 그리 잡은 것이다. 정치적인 것 아니겠나. 오바마 만나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하겠다고 했다. 시장정책도 변했다고 보지 않는다. 변할 수 없다고 본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우파지만 좌파의 것을 받아들 일 수 있다. 그런데 중도실용은 나쁘게 보면 기회주의다. 다만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말을 바꾸었다."
- 그러나 보수진영에서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중도실용 때문에 그렇다. 처음에는 중도 강화라고 했다. 두 가지 해석이 있는데 중도실용이냐 중산층 강화냐? 중도실용은 좌우를 아우른 탈이념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중산층 강화는 사회통합이다. 친서민행보도 사회통합이다. 나쁠 게 없다. 그 동기는 노무현 추모 열풍 때문이다. 친서민 행보는 잘하는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안된다고 했는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다운 것이다. 이것은 보수노선과 충돌하지 않는다."
- 이명박 정권은 진보세력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의회주의 룰에 따라서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자산이 있다. 달동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배려하는 친서민행보는 아주 잘한다고 본다. 이것이 보수이념과 어긋나는 게 아니다. 영국 런던의 한 역에서 열차끼리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그러자 대처는 바로 병원으로 가서 위문하더라. 보수정권이라고 해서 서민을 외면해서는 절대 안된다."
- 뉴라이트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사그라들고 있는 느낌이다."지난번 정권교체에서 좌파의 약점을 가장 잘 아는 뉴라이트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 뉴라이트가 일제 식민지 시대 경제개발문제로 식민지 근대화 논쟁을 벌였다. 역사학계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이 일제 식민지 시대를 미화한다고 비판했다. 거기에서 뉴라이트가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신용하 교수 같은 진보파가 아닌 사람과도 대립하는 양상이 있었다."
- 뉴레프트가 필요하다고 보는가?"새로운 진보가 나타나야 한다. 애국적인 진보가 나타나야 한다. 대한민국 출범 과정에 곡절이 있었지만 자랑스러운 국가가 아니라고 하면 안된다. 문제없는 국가가 어디 있겠나? 나라 발전을 생각하는 진보,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대안을 내놓은 진보가 되어야 한다."
- 현재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정당 경쟁체제는 어떻게 평가하나?"통합론이 있던데 그렇게 하려면 민주노동당이 종북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간 가장 큰 이유가 종북주의 아닌가. 그리고 진보를 내세우는 사람이 인권탄압에 침묵하면 안된다. 지금 우리 노동자가 개성에서 100일째 억류돼 있다. 그런데 왜 북한에 말을 못하는가.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협조하면서 국내정책은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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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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