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기 전 평화로운 우리 집창문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화사하게 집을 밝힌다.
구자민
창문 많아 좋았던 전셋집, 방충망은 어디에? 그런데 그 전셋집이 알고 보니 골칫덩어리였습니다. 9평짜리 단칸방에 창문이 5개나 되어서 좋아했는데, 하나 같이 방충망이 없었습니다. 날은 점점 더워져 갔습니다. 주인 허락 없이 벽에 구멍을 뚫어 에어컨을 설치하지도 못할 판이었고, 워낙 몸에 열이 많았던 우리 형제는 밤엔 선풍기 없이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창문을 반드시 열어야 했습니다.
물론 창문을 열면 시원했습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노라면 '휘센' 부럽지 않았죠. 허나 바람과 함께 굴러들어온 모기랑 하루살이 녀석들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창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모기들은 피를 갈구했고, 목표물은 지방에서 온 형제의 핏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기향과 스프레이로 저항하던 우리들은 끝내 무릎을 꿇고 창문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창문이 5개나 되는데, 단 하나의 창문도 열지 못했습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무용지물인 창문들이 야속해 보였습니다. 창문마다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사생활을 지키는 것보다 더 급한 건, 피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주인에게 하소연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에다 호소했죠.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습니다.
"주인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샤시로 방충망을 설치하지 마시고, 철물점에서 파는 걸로 사서 다시고 청구해 주세요. 그럼 그 금액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에어컨은 죄송하지만 안 됩니다."'깍쟁이들'속으로 이랬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인지 모르지만, 세입자가 별 수 있겠습니까. 모기장은 사서 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살이 놈들이 알고 보니 더 큰일이었습니다. 하루살이 녀석들은 특히나 번식력이 강했습니다. 습하고 음침한 곳이면 어김없이 녀석들의 좁쌀만 한 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녀석들의 알은 마치 프라이팬에 잘 구운 '깨'같이 생겨서 더 기분이 나빴습니다. 하루살이 알과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입니다. 이제는 밥을 비벼 먹을 때도 깨를 넣지 않습니다.
긴급사태! 장마가 천장에 구멍을 내다그러던 중,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장마로 인해 우리 집에 닥칠 비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3층이었고,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다니는 스쿨의 조별 과제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편하게 토론하기 위해 집으로 조원들을 초대했습니다. 회의의 성과도 나오고 약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때 고향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아들아, 서울에 비가 많이 온다던데, 너희 집 괜찮으냐?""예 저희 집 3층이잖아요. 반지하도 아니고 괜찮아요.""저번에 보니 천장에 얼룩이 몇 군데 졌던데, 물 새거나 그런 건 아니지?""그럼요, 괜찮습니다. 걱정마세요."바로 그때, 어머니의 말을 듣고,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거대한 물 풍선처럼 천장이 부풀어 올라 밑으로 축 처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손으로 살짝 눌러보니 정말 안에는 물이 차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마, 잠깐만요.""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