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엽혀있던 아기까지 함께 바닷물에 곤두박질 했으나 아기도 헤엄치는 모습이 놀라웠던 구걸하는 3남매 아이들
이승철
그러나 다음 순간 바닷물에 빠진 두 어린이가 물속에서 솟아 나와 머리를 내밀며 곧 헤엄을 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헤엄을 치는 모습이 더욱 놀라웠다. 아이를 업고 있던 큰 아이야 당연히 헤엄을 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등에 업혀 있던 서너 살 쯤으로 보이는 아기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작은 아이도 능숙하게 헤엄을 치는 것이 아닌가. 등에 업혀 있어서 배에서 더 멀리 곤두박질쳤던 아기가 잽싸게 헤엄을 쳐 뱃전에 다가가자 형과 누나가 아기의 손을 붙잡아 배 위로 끌어올려주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네. 눈앞에서 어린애 하나 물에 빠져 죽는 걸 빤히 바라보게 되는 줄 알았잖아?"
"아이쿠! 놀래라! 저 녀석들 때문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선실에서 그들을 바라본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때 연락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부섬을 출발한 연락선은 1시간 40여 분을 달려 보홀섬에 도착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쾌청했다. 보홀섬은 인구 100여 만 명으로 필리핀에서 세부섬에 이어 10번째로 큰 섬이다. 그렇지만 세부섬처럼 관광지로 외부에 많이 알려진 섬이 아니어서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이 보홀섬입니다. 먼저 안경원숭이부터 구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주의 하실 것은 안경원숭이를 그냥 눈으로만 보셔야지 절대 손으로 만지시면 안 됩니다."
"왜요? 만져볼 수 있으면 만져보고 싶을 것 같은데, 왜 안 된다는 거죠?"
"안경원숭이는 두개골 뼈가 아주 약하답니다. 그래서 머리를 잘 못 만지면 치명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