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로 국민 지치기 기다리는 것, '중도' 아니다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부쳐

등록 2009.07.08 09:41수정 2009.07.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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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넘었다. 사람이 죽었다. 아직까지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 가족들의 고통은 끝이 없건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천주교 신부님들을 땅바닥에 끌고 다니고 폭행까지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예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외면하고 죽음의 진상 규명은커녕 죽은 사람들을 테러범으로 몰고 있다.

 

 지난 5월 23일에는 전임 대통령이 벼랑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현 정부의 보복적인 수사에 의해 자살로 몰아간 타살이라는 주장과 함께 현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2mb의 정부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평택의 쌍용자동차 문제도 그렇다. 원인이야 어떻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다.

 

 그 사이 대통령은 미국도 다녀오고 일본도 다녀왔다. 무슨 긴박한 사정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북한 압박을 위한 행보였지 않았나 싶다. 민족의 문제를 외국으로 끌고 간 일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이 자리에서 따지고 싶지 않다.

 

 어쨌건 대통령의 외국 행보가 국면전환에 도움이 안 되었던지 갑자기 대통령은 '중도'를 표방하면서 대책 없이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뻥튀기'를 사먹고, 덩달아 언론은 마치 서민 대통령으로 변신한 양 호들갑을 떠는 연극(?)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임기 내에 한반도 운하 건설은 시행하지 않겠다"면서 4대강 정비 사업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속보이는 양보안을 제시하였다. 한반도 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만 당장 여론이 좋지 못하니 잠시 미루었다가 여건이 성숙되면 추진하겠다는 그의 속셈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 것인가?

 

  더구나 재산 헌납 사실을 지켜보면 과연 이 사람의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친인척과 하수인들로 구성한 것은 재산의 위치는 그대로 두고 '헌납'이라는 미명하에 합법적인 상속을 이룬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대통령은 국민이 지치거나 아니면 다른 일로 망각하거나 그도 아니면 한 눈 파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중요한 결정은 다 해놓고 호기만을 노리는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그건 국민이 원하는 중도가 아니다. 이념도 없고 국민도 없는 비열한 속임수일 뿐이다. 상위 계층의 이익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개발 만능주의, 부자 편들기로 인한 서민 죽이기, 남북 대화 중단 책임을 북쪽에 떠넘기기,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외교 실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지난 봄날의 마지막은 황망했고 여름으로 가는 길은 어수선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란 이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려는 정부의 집요한 음모,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술수, 그리고 부자 감세로 인한 부족한 세수 확대를 목적으로 술과 담배에 '죄악세'를 붙이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보기까지 촌노인에게도 결코 편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죽은 사람을 언제까지 안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보낼 사람은 보내야 되고 잊을 사람은 잊어야하는 법이다. 그런데 현 정부 사람들은 어째서 꼭 밴댕이 속 같은 일만 하여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국민의 원성만 더 깊게 하는 것일까?

 

  기름값 등 생활 물가는 물론 아이들의 과자값까지 오르지 않는 상품이 없다. 국민들은 지치고 인심은 더 사나워지고 있다. 옛날로 말하면 곳곳에 도둑들이 출몰하는 꼴이다.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농촌은 자녀들에게 버려진 노인들이 겨우 쓰러진 집을 지키고 있는 나라. 무엇하나 완전한 것도 없고 희망을 주는 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런 나라에서 대통령마저 눈가림과 속임수를 중도라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니!

 보수는 아니고 그렇다고 진보도 될 수 없는 촌노인의 입장에서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오늘(7일) 오전 대통령은 7박 8일 예정으로 유럽 순방을 떠났다. 그래서 부탁한다. 유럽에 가거든 엉뚱하게 폼만 잡고 생색 안 나는 치적만 자랑하지 말기를, 또 그런 일을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얇은 생각을 버리기를, 제발 그곳에 가서 북한 문제를 들먹이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그곳 정치가들이 어떻게 국가의 문제를 풀어나가고 어떤 마음으로 국민을 대하는지 눈여겨보고 오기를 바란다. 이번 유럽 순방도 속임수로 국민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시간 끌기, 국민의 이목을 잡아보겠다는 얄팍한 꼼수로 활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무엇이 진정한 중도의 길인지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내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08 09:4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내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도 #유럽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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