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시절에 꿈꿨던 꿈을 이뤘다는 김봉숙, 김웅희, 유미희, 방효남씨
이승철
사실 '드럼'은 가장 체력 소모가 큰 악기이기도 한데, 이곳에선 할머니들이 '드럼'을 맡고 있었다. 올해 73세인 서효석 할머니는 나이가 무색하게 멋들어진 드럼 연주를 보여줬다. 그런데, 서 할머니가 드럼을 치는 동안 객석 아래서 연습 보조기로 연습하는 할머니가 눈에 띄는 것 아닌가. 왜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막대기를 두들기냐고 물었다.
"지금 드럼 연습하고 있는 거예요. 드럼이 두 개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연습할 땐 이렇게 밑에서 따로 연습하는 거예요."빙긋 웃으며 연습에 열중하는 할머니는 69세의 제성자씨로, 어르신 밴드에 들어온 지 2년 정도 됐다고 한다.
"옛날 시골에서 살 때는 부엌 부뚜막에서 부지깽이로 이렇게 두들기며 장단을 맞췄거든요. 심심할 때 혼자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두들기는 부뚜막 장단 아세요? 호호호."연습에 열중하는 멤버들에게 '젊은 시절에도 밴드를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지금 소원성취한 분 있느냐'고 물었더니,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할머니 네 분이 손을 번쩍 들며 "우리는 어렸을 때와 젊은 시절 그렇게 (밴드를) 해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한이었는데 나이 들어 소원 성취했다"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을 푼 주인공은 김봉숙, 김웅희, 유미희, 방효남 할머니로 모두 63세 동갑내기다. 젊었을 때 '그룹사운드'를 정말 해보고 싶었으나, 먹고 살기 바빠 계속 미뤄두기만 했다고. 이들은 "늘그막에 악기를 배우고 밴드를 구성해 공연도 하니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들'이 '노인들'에게 보내는 '희망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