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길
이지훈
올레와 더불어 또 하나의 길이 제주에 만들어지고 있다. 이른바 '한라산숲길'이 그것이다. 올레가 제주해안을 한바퀴 도는 '해안길(물론 최근에는 중산간 지역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이라면, 한라산숲길은 말 그대로 한라산을 한바퀴 도는 '산길'이다. 이 길은 자연공원법의 적용을 받는 한라산국립공원 경계 밖 인근 해발 600미터에서 800미터 고지에 입지하고 있으며, 일제시대에 구축된 병참로(兵站路)인 하치마키도로와 표고재배장길, 임도 등을 주로 연결한 것이다.
민간차원에서는 지역신문인 한라일보사와 제주산악연맹이 이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정부차원에서는 현재 산림청의 발주로 '(사)나를 만나는 숲'이 전국 7개 권역의 '전국산림문화체험숲길 조성 기본계획 수립연구'를 진행 중인데, 제주 한라산 권역의 숲길 조사 연구는 사)지역희망디자인센터 부설 '세계유산연구소'가 맡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이 기본계획이 완료되면 제주 한라산과 중산간 경계에 또 하나의 환형(環形) 트레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동시에 '세계유산연구소'에서는 이 산과 바다의 두 환형길을 연결하는 '중산간 숲길'을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최대 12개의 라인을 연결시키되 우선 올해는 2개의 노선만 선보일 예정이다. 단언컨대 이 길은 육지부에서는 전혀 체험할 수 없는 제주만의 명품 숲길이 될 것이다.
하나의 라인은, '한라산 숲길'에서 여러 시종점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는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여 북촌바다(너븐숭이 4.3기념관)까지 연결시키는 노선이다. 큰 포인트만 얘기하면 절물자연휴양림 ~ 교래자연휴양림 ~ 거문오름 세계유산지구 ~ 선흘 동백동산 ~ 북촌 노선이 된다. 이 노선은 제주인의 생명수 지하수 함양지대이자 제주 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 숲을 경이롭게 체험할 수 있는 숲길로서 '(가칭)생명의 곶자왈길'로 명명했다.
다른 하나는 거문오름에서 지선으로 뻗어나와 거문오름 ~ 아부오름 ~ 동거미오름 ~ 용눈이오름 ~ 은월봉 ~ 말미오름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제주 신화의 신들의 고향이자 제주섬 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진하게 배어 있는 곳, 평화(平和)와 제주 선(線)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오름의 왕국'을 관통하는 노선으로 '(가칭)평화의 오름길'로 정했다.
말머리가 길었다. 지금부터 곶자왈 숲길 노선 시점(始點)인 절물 '장생의 숲길'을 맨 처음 소개하려 한다.
절물휴양림은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삼나무 숲이다. 제주시 봉개동 소재 절물오름 기슭에 1997년 7월 23일 개장한 제주 절물자연휴양림은 산림청 소관 국유림으로 총 300ha의 면적에 40 ~ 45년생 삼나무가 수림의 90% 이상을 차지하여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른바 제주에서는 최상의 피톤치드(phytoncide) 체험 산림욕장으로 소문난 곳.
그런데 이곳에 최근 또 다른 명소가 생겼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최근 총 25억을 투입해 시설보완 사업을 완료하고 방문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산림문화휴양관을 신축해 숙박동을 마련하고 '물 흐르는 산책로', 자연 그대로의 삼나무데크 산책로를 매표소에서부터 약수터까지 확충한 것. 또한 자연림과 삼나무 등 휴양림의 속살 속으로 산책하며 정신적 피로와 신체적 건강을 치유할 수 있는 왕복 8㎞ '장생의 숲길'도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