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조성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최경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조성 중인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가 애초 목적과 달리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수천억 원의 추가 이윤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높은 분양가로 인해 입주를 못하고 있는 청계천 이주상인들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청계 상인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장삿속에 혈안이 돼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SH공사는 지난달까지 4차에 걸쳐 청계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든파이브 상가 특별분양과 우선분양 신청 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접수율은 40%를 밑돌았고, 분양률(계약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당초 오는 8월 말로 예정했던 일반분양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9월 그랜드 오픈을 위해서는 분양률을 70~80%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계천 상인이 입주하지 않아 SH공사에 귀속되는 물량 50%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했을 경우, 가블록에만 약 3500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계천 상인들의 계약률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SH공사의 수익 폭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청계천 상인들은 "우리가 가든파이브에 못 들어가도 서울시나 SH공사가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은 일반분양으로 돌려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장삿속에 매달리지 말고 청계천 이주 상인들의 분양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계천 상인 분양률 저조해도 SH공사가 느긋했던 이유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는 2003년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으로 상권을 잃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조성 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유통단지다. 연면적 82만300㎡에 쇼핑과 레저를 위한 문화공간과 복합쇼핑몰, 아파트형 공장, 최신 공구와 기초 소재 상가 등 8000여 전문상가가 들어선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청계천 상인들은 높은 분양가 때문에 가든파이브 입주를 꺼려 초기 분양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당초 이주 자격이 없던 청계천 일대 상인 6만여 명에게까지 우선분양 기회를 주는 '편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SH공사에 따르면 특별분양과 우선분양 신청자들이 모두 상가를 계약하더라도 총 8360개의 가든파이브 내 상가 분양률은 37% 수준에 그쳤다. 블록별 분양률 역시 가블록 55%, 나블록 20%, 다블록 6% 정도다. 특히 향후 전매 등을 위해 자금 마련 계획 없이 일단 신청부터 해놓은 상인들도 많아, 계약률은 이 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다점포로 추가 신청된 상가 388개 가운데 202개만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이 저조하자, 서울시와 SH공사는 일반분양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분양촉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든파이브의 일반분양가는 특별분양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수 SH공사 사업2본부장은 지난 5월 서울시의회에서 "특별분양가(조성원가)는 감정가(일반분양가)의 47.8%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원주민을 대상으로 공급된 300여 개의 상가가 감정가로 분양됐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실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이주 상인들 전용으로 건립됐다.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시장 시절 추진된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계천 상인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분양을 하는 자체가 가든파이브 건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SH공사는 일반분양을 통해 수천억 원의 예상치 못한 수익을 올리게 됐다. SH공사가 공개한 분양가에 따르면 가블록의 경우 당초 청계천 이주 상인이 모두 분양을 받을 경우 공급금액이 약 7167억8000만 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계천 상인의 가블록 내 상가 신청률은 55%이다. 실제 계약률은 다소 떨어질 것을 감안해 50%로 산정할 경우, SH공사는 나머지 50%를 일반분양으로 돌릴 수 있다. 일반분양가를 특별분양가의 2배로 계산하면 약 3583억9000만 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또한 가블록에 대한 청계천 상인의 계약률이 30%까지 떨어진다면, SH공사는 일반분양을 통해 무려 5017억4000만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청계천 상인의 계약률이 70%까지 올라가더라도 SH공사는 2150억3000만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SH공사로서는 특별분양률이 저조하면 저조할수록 일반분양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