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숴(洛索)라 부르는 긴 쇠줄을 강 양쪽에 걸어두고 도르래를 끼워서 강을 건너다니는 노강의 전통적인 도강방법이다.
변훈석
두 개의 긴 쇠줄이 강의 양쪽으로 교차하며 걸려있다. 뤄숴(洛索)라 부르는 이 긴 쇠줄을 이용해 도르래를 끼워서 강을 건너다니는 노강의 살아있는 볼거리이다. 이곳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철제 현수교가 설치되었지만 강 건너편의 작은 마을을 잇는 이 줄을 모두 대신하진 못한 듯하다. 어쩌면 이곳은 현재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는 문화적 이중성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매달려 강을 건너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아무런 안전장치, 건너편에서 잡아줄 사람도 없이 혼자서 속도를 제어해서 반대편에 안착한다는 것이 경험 없이는 힘들겠지만 군복무 때의 유격훈련을 경험삼아 자신 있게 몸을 던져본다. 도르래와 쇠줄이 일으키는 마찰음이 커져가며 어느새 내 몸은 강의 한복판을 날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브레이크를 자주 걸다보니 착지점 훨씬 전에 멈춰버려 힘겨운 외줄타기로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첫 경험으론 성공이었다.
한참을 앉아서 지켜보니 비단 사람만 건너다니는 게 아니었다. 지난번 기이한 체험이라 생각했던 두 사람이 함께 건너가는 물론, 자전거, 돼지도 함께 건너다닌다. 그 뿐만 아니라 공사자재로 쓰일 벽돌과 시멘트도 이 줄 하나를 의지한 채 넓은 강 위를 날아 다닌다.
"소는 무거워서 힘들고 그 빼고는 다 건너다닐 수 있어요."
호기심 많았던 꼬마친구가 길을 나서려 일어서는 나에게 박장대소할 한마디를 선물한다.
"소 빼고는 다 건널 수 있어요" 주변 풍경과 지난 기억들을 끼워 맞추는 나만의 놀이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차는 어느새 푸공(福贡)을 거쳐 윈난성의 마지막 도시 공산(贡山)에 도착한다. 이곳은 윈난성 최고의 오지이자 원시산림속에 아직도 수렵과 농경으로 살아가는 두롱족(独龙族)이 사는 두롱강(独龙江)과 윈난성 마지막 마을인 빙중뤄로 가는 관문이다. 본래 계획했던 두롱강(独龙江)은 깊은 협곡을 따라 험준 산맥을 넘어야하기 때문에 일 년 중 절반은 눈 때문에 통행이 불가능하다. 지난번 발걸음에는 산사태가 발목을 잡더니……. 이래저래 두롱강과의 인연은 쉽사리 맺어지지 않는다. 아쉬움을 접고 노강 상류의 차마고도 흔적을 따라 이번 여행을 이어가 보기로 했다.
빙중뤄에 가까워지며 협곡을 가로지르며 강변을 따라 달리던 길이 갑자기 거친 비탈을 향해간다. 비탈진 굽이를 돌아서니 발밑으로 천길 낭떠러지와 함께 거대한 산에 가로막혀 돌아치는 물줄기의 큰 굽이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삼강병류를 대표하는 노강 제1만이다. 수억년 전 이 땅이 융기되면서 형성된 이 깊은 협곡에 'ㄷ'자도 아닌 'S'자도 아닌 오메가(Ω)형태의 큰 굽이는 바로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자 지구의 아름다운 상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