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짓말>과 <찬란한 유산>을 통해 본 인기 드라마의 비결

종영을 앞둔 두 드라마의 인기는 어디서 왜?

등록 2009.07.05 13:35수정 2009.07.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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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드라마들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요소들이 시청자들의 오감을 사로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한 캐스팅, 실력있는 연출자, 실감나는 그래픽, 탄탄한 대본과 연기력 등 그 드라마만의 무언가가 있기에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대다수의 드라마가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인기있는 드라마는 정말 색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하얀거짓말>과 <찬란한유산>을 비교 분석해 보려한다. 

 

MBC 아침 일일연속극 <하얀거짓말>은 장애인아들 형우를 위해 신회장이 은영의 집을 파탄낸 뒤 도움을 주고 형우와 은영을 결혼시킨다. 그러나 은영은 형우의 이복형 정우의 옛 여인으로 아들 비안을 낳았던 사람이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고 갈등이 그려진다.

 

SBS 주말 연속극 <찬란한유산>의 은성은 아버지가 죽으면서 계모 성희에게 쫓겨난다. 은성은 자폐아 동생 은우를 잃어버리게 된다. 은우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중 설렁탕집 사장 장여사를 도와주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장여사는 은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손자 환과 유산분배 경쟁을 하면서 환의 개과천선을 도모하는 과정에 은성과 환의 사랑이 싹트고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과 갈등이 전개된다.

 

언뜻 보면 다른 스토리의 드라마를 비교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 시청자평을 보더라도 대부분 연기자들의 열연, 색다른 소재를 이용한 재밌는 드라마라는 평이 많다. 그러나 인물 분석 및 관계를 통해 두 드라마를 비교해 인기비결을 알아보려 한다. 또한 극중에 나오는 장애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하얀거짓말>과 <찬란한유산>의 인기 비결

 

먼저 인물 분석 및 관계설정도를 그려보면, 첫째, 네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하얀거짓말>은 형우와  은영, 정우와 정우의 처 나경의 관계도가 그려진다. <찬란한 유산>은 은성과 환, 이들을 좋아하는 승미와 준세 네명의 애증관계가 나타난다. 여기에 덧붙이면 나경의 애인이었던 민재와 그를 좋아하는 형우의 동생 신우가 있다. 그리고 준세만 바라보고 사는 정이가 있다.

 

둘째, 착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악인으로 돌변한다. 정우의 처로 은영을 따뜻이 대해주었던 나경은 비안이 정우의 아들임이 밝혀지자 은영을 자신의 남편 주위에서 몰아내기 위해 갖은 계략과 술수를 쓴다.

 

<찬란한 유산>의 승미는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은성을 가족 이상으로 위하며 대해주지만 은성이 자신의 연인 환과 사랑이 싹트려하자 은성을 환의 주위에서 쫓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셋째, 코믹한 조연의 등장이다. <하얀거짓말>은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사는 은영의 동생과 동생의 남편이 있다. 그리고 호구와 진순으로 불리는 은영의 부모는 극중 재미를 더한다. <찬란한 유산>은 환의 엄마 영란과 동생 정의 코믹연기가 눈길을 끌면서 영란과 집사인 성철과의 러브모드도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이복형제간의 갈등이 있다. 하얀거짓말의 형우와 정우는 배다른 형제간이며, <찬란한 유산>의 은성과 승미는 부모의 재혼을 통해 자매가 된다.

 

극 전개 설정 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일그러진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하얀거짓말>의 신여사는 남편이 외도로 정우를 낳자 아들 형우에게 모든 사랑을 쏟게 된다. 과도한 사랑은 아들이 장애를 갖게 하며 아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기 위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찬란한 유산>의 성희는 친구 영란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자신의 딸 승미만은 좋은 곳으로 시집 보내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이 점찍었던 환이 은성에게 관심을 갖자 이를 떼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이간질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멀쩡히 살아있는 은성의 부 평중을 죽은 사람으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내고 부녀지간을 떼어놓으려 한다.

 

둘째, 캔디형 미션이 주어진다. <하얀거짓말>은 은영이 장애인 형우와 어쩔 수 없이 결혼하면서도 형우를 사랑하고 장애를 극복하게 도와준다. 죽었던 아들 비안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인들과 갈등을 나타내지만 비안이를 포기하지 않고 잘 키운다.

 

<찬란한 유산>의 은성은 계모 성희에게 빈손으로 쫓겨나 자폐아 동생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동생을 찾기 위해 장여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장여사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그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돈맛 보더니 변했다는 주변사람들의 수근거림에도 굴하지 않는다. 설렁탕집 직원으로 성실히 일하면서 장여사가 제시한 목표들을 달성한다. 두 인물은 공통적으로 요즘 찾아보기 힘든 미련하다 할 만큼 착한 인물로 모진 시련도 꿋꿋히 이겨나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극중 장애인들에 대해 비교해보면 등장하는 장애인들은 극전개의 고리가 된다. <하얀거짓말>은 형우가 은영을 사랑함으로써 모든 일이 시작이 되었고, <찬란한 유산>은 은성이 동생 은우를 잃어버리고 찾기 위해서 미션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성향을 드러내며 형우는 미술로 상을 타고 은우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칠 정도로 천재적 기질을 드러낸다. 이들은 버려지거나 실종되기도 하면서 어눌한 말투로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 한마디 말로 감동시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분은 아쉬워

 

이러한 비교분석을 통해 살펴본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비단 두 드라마의 모습이 아닌 대다수의 인기드라마의 모습이다. 네 사람의 사랑과 캔디형 여자, 그리고 주변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은 파리의 연인, 대장금등 대동소이하다. 결국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들은 일정한 장르를 형성하여 비슷한 코드를 가지고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시청자들 또한 그러한 코드에 익숙하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드라마에 눈길이 가게 된다.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 또한 비슷한 모습을 시청자 게시판에 나타낸다. 복잡한 극 전개상황과 인물도는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면서, 시청자들 또한 자신들의 의견대로 결말이 나기를 원한다. 사랑하는 형우와 은영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비안은 형우가 키워야 하는지 정우가 키워야 할지 시청자마다 생각이 다르게 나타난다. <찬란한 유산>의 경우도 은성과 환의 사랑이 이루어져야 할지 이들만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는 승미와 준세와 맺어져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는 흔히 주변의 장애인에게는 반감내지 비호감을 나타내며 자폐아들의 느린 언어, 부족한 어휘력에 대해 불편해한다. 하지만 극중 연기자에게는 호감을 드러내며 그들의 연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말투까지 사랑한다. 시청자들의 인터넷 시청자게시판이나 주요 뉴스의 댓글을 분석해보면 "연기자들이 장애인인줄 알았다.", "정상인이 장애인을 연기한다." "깔끔한 마스크인데도 자폐아 역을 너무 정확하게, 오버하지도 않으면서 마음 아프게 잘 한다"라는 글이 대다수이다. 그러나 정상인과 장애인이라는 구분은 잘못된 것이다. 먼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구분을 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자폐아가 어떤 눈빛을 보이고, 어떤 말투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지 모른다. 그냥 이정도의 모습만 보이면 자폐아겠거니 판단할 뿐이다. 그냥 어눌하면 어눌할수록 표정을 찡그리면 찡그릴수록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우리의 장애를 가진 기준일 뿐이다. 장애인들이 양념에서 벗어나 극중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였으나 그 비중에 비례하여 아직도 장애인들의 어두운 면만 부각되고 사회의 고정관념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이 나타나며 이는 우리가 고쳐 나가야 할 점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2009.07.05 13:35ⓒ 2009 OhmyNews
#찬란한유산 #하얀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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