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이강일
골목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흡사 외국의 낯선 곳을 겪는 이방인이다. 3층 건물의 창 없는 베란다가, 오르는 계단이 보이는 어두운 현관이, 아치 형태를 갖춘 4층의 난간과 집과 집 사이에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틈들이. 그것들이 나를 이방인으로 두리번거리게 한다. 경이로움에 같은 위치에서 열 댓 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 카메라 렌즈 안으로 푸른색 체육복 차림에 가방을 멘 남자 아이가 들어온다. 아이야 반갑구나. 망설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 중간쯤 갔을 때 코가 납작한 하얀 강아지가 내 앞에 서 으르렁 거린다. 이름은 곰순이다. 이름을 묻는 내 이야기에 대답해 주는 아주머니의 말이 정겹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떠든다. 강아지는 온순하다.
사람들의 마음'염리 제2구역'에서 시작해 공사 구역 한 면을 둘러 내려오니 또 다른 현수막이 펄럭인다.
'경, 염리3구역 조합설립 인가, 축'70, 80년대 정부의 도시화 정책은 도시의 땅값을 크게 올렸다. 여기에 돈이 몰리면서 집들은 투기의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문제가 된 실수요자의 거주 안정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 재개발, 재건축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것은 어느 정도 재산 증식 수단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그리고 이러한 변질은 또 다른 투기의 기회를 끊임없이 원하고 있다. 이미 재개발은 주거안정이라는 본래의 필요와 상관없이 시작될 수 있고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40%대에 불과하더라도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으로 마무리된다. 투기심리와 파괴적 재개발의 고질적 악순환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