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끼리 다투고, 농기계 사용료며 논일 처리 때문에 농민들끼리 서로 다투기도 한다. 넓게 보면 싸워야 할 상대는 따로 있다. 사진은 모내기 하기 전에 써레질한 논 평탄 작업.
송성영
손모내기를 마무리 할 무렵 헛김 빠지는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수입쌀 홍보에 앞장섰다는 보도였습니다. 쌀 재고량 급등과 쌀 소비감소로 우리 쌀 판매를 늘리고 소비 촉진시키는 데 앞장 서야 할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밥쌀용 수입쌀을 판촉하기 위해 기본계획까지 수립하고, 전략적으로 활동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국회 농식품위 소속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밥쌀용 수입쌀이 소비자 외면으로 판매가 부진하자, '2009년 밥쌀용 수입쌀 판매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11개 지사에 홍보·판매 실적을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밥쌀용 수입쌀 판매에 경쟁을 붙였다는 것이지요.
특히 공매업체가 아닌 요식업체를 대상으로 홍보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요식업체 중에서도 원산지표시 의무가 없는 업체들을 노렸다고 합니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는 100㎡ 미만 요식업체를 대상으로 홍보한 것은 공사 설립 목적을 전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합니다.
농기계조차 푹푹 빠지는 수렁논에서 손모내기에 시달리던 근육들이 놀라 자빠질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농토 빌려 근근이 생계유지해 가는 소작농들, 가뜩이나 수입쌀 때문에 쌀농사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작농들의 목줄을 조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습니다.
도대체 농수산물유통공사라는 게 누구를 위한 유통공사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농·축·수산물의 저장·처리 및 가공기술을 개발, 육성함으로써 농어민의 소득을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된 정부투자기관'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수입산 밥쌀을 팔아먹는 것이 농민들을 위하는 일이라 믿고 있는 모양입니다. 곧 죽어도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 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국민들을 위하는 길이라 믿고 있는 이명박 정부처럼 말입니다.
수입산 밥쌀을 팔아먹게 되면 그만큼 농민들이 고통 받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 농민들이 자신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었나 봅니다. 모양만 농민들을 위한 정부투자기관으로 행세해 왔던 것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농기계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농민들을 위한다는 농기계가 오히려 농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고 있으니까요.
농민 안중에 없고 자신들 배 불리기만우리 동네 논 한 마지기, 200평을 기준으로 농기계 사용료를 계산해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봄에 논 갈아엎는데 5만 원, 모내기하기 전 써레질 하는데 5만 원. 모심는데 3만 원~4만 원 벼 베는데 5만 원. 이를 합산해 보면 20만 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한 마지기의 벼농사를 짓게 되면 보통 세 가마니하고 반 가마니 정도가 나옵니다. 여기서 소작료 한가마니를 빼면 두 가마니 반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셈이지요.
80㎏ 한 가마니 가격을 15만 원 정도 잡으면 한 마지기에 대략 37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여기서 농기계 사용료 20만 원 정도를 빼고 쌀 직불금 4만 원 정도(쌀값 15만 원을 기준으로 가마당 1만1천 원 정도)를 합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1만 원 정도. 열 마지기 농사를 지었다 하면 대략 210만 원(농약이나 비료를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제공했을 경우). 결론적으로 열 마지기, 2천 평을 소작하여 올리는 소득은 210만 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소작농들의 소득 대부분을 농기계가 다 잡아 먹는 셈입니다. 마지기당 37만 원 정도의 소득에 농기계 사용료가 20만 원이나 들어가니까요. 수입 밥쌀을 팔아먹겠다고 열을 올렸던 농수산물유통공사처럼 결국 농민들을 위한 농기계가 농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꼴인 것이지요. 농기계가 있으니까 힘들이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지 않나? 농기계의 고마움을 알라? 아마 '2MB'라면 그런 식으로 말할지도 모릅니다.
농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 어디 농수산물유통공사공사뿐이겠습니까? 며칠 전 K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쌈>을 시청한 적이 있습니다. '수신고 280조의 그늘, 1부 무전무협(無錢無協)'이라 제목으로 지난달 30일에 방영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농사 짓느라 빌린 농협 빚 6백만 원을 갚지 못해 농지 9백 평을 모두 팔아넘기고 그것도 부족해 2백만 원에 못 미치는 잔금을 갚지 못해 끝내 집까지 경매로 넘겨야 했던 농민. 결국 그 농민은 집까지 잃고 공공근로 사업으로 하루 일당 4만5천 원을 벌어가며 자녀 대학 등록금 걱정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 급급한 농협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도 '몰상식'은 대통령을 따라잡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