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총선 당시 조원진 후보의 홍보물. '박근혜를 지키고 달서구를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가 눈에 띈다.
남소연
하지만 가당치도 않은 법해석으로 사사오입 개헌하던 자유당 독재시절도 아니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르익은 이 시대에 간사회의 개최를 합의해 놓고 뒤에서 몰래 기습 상정하는 꼼수(?)를 시도한 것은 대단히 비열한 작태이다. 게다가 이를 국회법 운운하며 정당성을 부여하는 뻔뻔함은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일로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 기습상정 시도는 1000만 비정규직의 생사가 걸린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을 일개 의원이 마음대로 처리하려 한 것으로 국민들과 노동계의 목소리를 완전히 묵살한 것이다. 덧붙여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철저히 외면한 아주 잔인하고 비정한 짓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끓어오르게 한다.
비단 조원진 의원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규직 전환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자는 정부나 3년 유예안을 내놓은 한나라당이나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지 노동자의 삶, 고용의 안정성에는 티끌만한 관심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현재 비정규직법에 의하면 사용자는 고용기간이 2년 경과한 노동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은 2년 전 여야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지 지금처럼 고용기간을 늘리거나 유예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고용기간 2년이 지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계약해지하는 사용자를 단속하고 처벌해야지 '경제회생'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비정규직의 희생만을 계속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절대반지 탐한 골룸과 의사봉 탐한 조원진의 '최후' 어쨌든 한나라당 간사 조원진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림으로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보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 자체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환경노동위 추미애 위원장은 "역사의 한 고비를 국민과 함께 넘겼다'라고 했는데 초선인 조원진 의원의 객기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는 역사를 되돌려 다시 고비를 맞게 되었다. 물론 의회 역사에 오점을 남기면서 말이다.
불현듯 영화 <반지의 제왕>의 '골룸(혹은 스미골)'이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골룸'은 우연히 친구 '데아골'과 함께 냇가에서 '절대반지'를 발견하고는 혼자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데아골'을 죽인다. 반지를 갖게 된 골룸은 생명을 연장하게 되지만 평생을 절대반지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혹시나 조원진 의원 역시 '절대반지'를 탐한 '골룸'처럼 의원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비정규직'이 죽을 수도 있는 '(절대)의사봉'을 두드리고 평생을 권력의 노예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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