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탄탁한 연기와 연출, 대본을 보여주고 있는 <결못남>
KBS
여기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한 편의 기대작과 한 편의 화제작.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으로 원작의 대단한 성공에 방영 전부터 한껏 기대감을 높인 KBS 월화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으로 단박에 스타 PD로 급부상한 이윤정 PD의 차기작이자 이제는 국민스포츠가 된 피겨 스케이팅을 주제로 하여 화제가 된 MBC 수목 드라마 <트리플>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6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결못남>은 첫 회 8.2%(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괜찮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여섯 편이 방영되는 동안 내내 한 자리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동시간대 1위는 고사하고 비슷한 시청률의 SBS <자명고>와 치열한(?) 꼴찌 다툼을 벌여야 했다.
<트리플>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11일 1, 2회 연속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트리플>의 시청률은 각각 4.6%(이하 동일기준)와 6.2%였다. 이윤정 PD의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의 첫 회 시청률이 14.4%였던 것을 생각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경쟁작 <그저 바라보다가>의 종영으로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 자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진운'이 유독 안 좋은 KBS월화 <결못남>'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제작 단계에서부터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다가 정작 방영 이후 급속도로 그 빛을 잃어가는 작품들은 종종 있어 왔다. 그렇다면 대체 <결못남>과 <트리플>의 저조한 시청률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못남>의 낮은 시청률의 원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선점효과에 의한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결못남>은 작품 그 자체로만 평가하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는 드라마다. 지진희, 엄정화, 김소은, 양정아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합격점을 줄만 하고 감독의 연출과 작가의 극본도 수준급이다. 굵직한 설정은 물론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원작과 똑같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는 리메이크 판의 영원한 숙제이자 딜레마다.
결국 <결못남>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쟁작인 MBC <선덕여왕>의 높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못남>보다 무려 3주 먼저 시작한 <선덕여왕>은 첫 회 16%의 시청률로 기분 좋게 출발하여 방송 3회 만에 20%를 돌파, 6회 25.2%를 기록하며 이미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후 <결못남>이 시작한 6월 15일 7회에서는 27.9%, 16일 8회에서는 29.7%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사실상 독주체제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