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 단체로 구성된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가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조치 강행은 극소수특권층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작년 10월 15일 여의도역 일대에서 집회를 벌이자 점심식사를 위해 거리로 나선 직장인들이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남소연
▲ 52개 단체로 구성된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가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조치 강행은 극소수특권층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작년 10월 15일 여의도역 일대에서 집회를 벌이자 점심식사를 위해 거리로 나선 직장인들이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
|
실상은 좀 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은 주로 부자와 대기업에게 주는 '감세선물세트'란 말이 나돌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전체 세금부담 경감액 중 77.3%가 소득 상위 20% 계층에게 몰렸고, 특히 소득 상위 10% 계층에게는 57.4%가 돌아갔다.
나머지는 거의 무의미한 수준의 혜택을 받았다. 작년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중에서 50.4%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탈세한 것이 아니라 내고 싶어도 못 낸다. 소득이 면세 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노동자의 절반이 소득세 감세 혜택과는 아예 인연이 없는 셈이다. 그나마 나는 근로소득세 낼 만한 돈은 버니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런데 심란한 마음에 들리는 '확인사살'적인 발표가 있었다. 지난 25일, "경기 침체로 세수가 세입예산보다 11조2000억 원이나 모자랄 것"이라며 "술과 담배를 비롯한 간접세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 독한 울화를 불러왔다.
부익부 빈익빈의 못된 세상, 술과 담배라도 있어야 들끓는 마음을 달래지 않겠냐는 말이다. 설마하니 정부가 건강을 걱정해주는 걸까? 담뱃갑에 '여러분 세금으로 4대강 열심히 파겠습니다' 쓰면 전국에 금연 열풍이 불 것이라 장담한다.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으면 술과 담배를 국가 차원에서 권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여튼 더욱 화나는 대목은 "감세 기조는 유지하되 필요하면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를 통해 증세가 필요한 부분은 증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접세, 비과세 제도, 감면제도 모두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세금제도다.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살아가는 서민의 생활은 더욱 가혹해질 테다.
강만수 장관 시절, 여론이 감세정책을 비난하자 정부는 아무 걱정 없다며 큰소리를 쳤다. 허나 이제와 '11조2000억'이라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과연 누가 구멍을 뚫었을까? 올해 정부가 감세한 액수가 약 12조 원이니 구멍 크기에 딱 맞는 셈이다. 부자 세금은 줄이고, 서민 세금은 올린다는 비아냥거림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서민이 부자를 위하여 돈을 모금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건 '중도'도 아니요, '실용'은 더욱 아니니 세상 어디에도 이런 '중도실용'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오해 정부'로 남지 않으려면
나도 쫄깃한 어묵 많이 좋아한다. 자주 포장마차 분식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서민 대통령, 박수 치며 대환영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의 '서민 행보'가 민심(民心)을 읽으려는 '진심'이었는지, 민심을 얻으려는 '흑심'이었는지 여부다. 종부세 감면으로 무려 2300만 원을 돌려받았다는 사람이 어묵 좀 먹는다고 '서민 대통령'이 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하다.
그간 국민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정부는 모두 '오해'라고 거듭했다. 허나 언제까지 "어허허, 오해입니다"로 슬그머니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서민 대통령'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서민에 허다하게 떠넘겼던 오해부터 풀어야 할 테다. 이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오해정부'로 역사에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