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
윤성효
지난 6월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4부(이경구 부장판사)가 내놓은 1심 판결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동의대에서 해임된 신태섭 전 KBS 이사를 대신해 보궐이사로 선임된 강성철 부산대 교수의 임명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신 전 이사가 이명박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명처분무효확인 등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동의대 교수였던 원고가 총장의 허가 없이 KBS 이사회에 참석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점이 있지만 위반 정도가 무겁지 않아 교수직 징계 해임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무효"라며 "KBS 이사로서 결격사유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원고의 이사직 상실을 전제로 한 강 교수의 보궐이사 임명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신 전 이사는 동의학원(동의대학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 확인소송'에서도 "징계권을 남용한 징계처분이며 해임은 부당하다"는 승소 판결문을 받아들고 있는 상태다(2009년 1월 16일 부산지법)
이번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살피자면 우선 지난해 KBS사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KBS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2006년 9월 4일 KBS 신임 이사 임명장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전임 이사회는 이미 같은해 6월 22일 활동을 종료했지만 이후 방송위원 인선과정이 늦어지면서 새 이사회 구성도 함께 뒤로 밀렸다.
당시 신 교수는 이지영 공인회계사, 박동영 전 KBS 광주방송 총국장, 이춘발 지역신문발전위원장, 조상기 전 한겨레 편집국장, 이기욱 변호사, 방석호 홍익대 법학과 교수,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추광영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등과 함께 이사직 수행을 시작했다. KBS 이사의 임기는 3년, '별 일'이 없었다면 신 교수는 지금도 KBS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3월부터 당시 KBS 사장 자리를 비우기 위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이 총동원되다시피한 '정연주 내리기' 작업에 있어 신 교수는 최초의 희생양이었다.
2008년 5월 31일 신 교수가 재직하고 있던 동의대가 먼저 나섰다. 그가 KBS 이사로 선임됐을 때 교내에 알림 펼침막을 게시하고, 사회봉사점수도 부여해줬던 학교였다. 신 교수에 따르면 동의대 총장은 3월부터 5월까지 네 차례 그를 불러 "학교에 불이익이 예상되니 KBS 이사직에서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동의대는 "학교 허락없이 KBS 이사직을 맡았고 이사회 활동으로 수업에 지장을 주었다"는 이유로 2008년 7월 1일 그를 해임했다. 그가 KBS 이사직을 수행한 지 1년 10개월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그해 7월 19일 회의를 열어 신 전 이사 자리에 강성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를 긴급추천했다. 방통위 입장은 "사립학교법상 징계에 의한 해임조치를 받아 KBS 이사로 결격사유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동의대는 "KBS 이사직 수행"을 이유로 해임시키고 방통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에서 해임됐다"는 이유로 KBS 이사직을 박탈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 전 이사는 그해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바로 이 '임명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의 해임은 구본홍 YTN 사장 선임, MBC <PD수첩> 검찰 수사 등과 맞물려 '방송장악' 논쟁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됐다.
강성철 교수는 새 KBS 이사가 됐으나 '공영방송사수를위한 KBS 사원행동'은 "이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언론사회단체 역시 절차적 하자 등을 이유로 '부적격 이사'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때쯤 KBS 이사회 구도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만난 뒤 돌연 사퇴한 김금수 전 이사장의 자리에는 유재천 이사가 앉았고 조상기 이사(전 한겨레 편집국장) 대신 방석호 홍익대 법대 교수가 선임됐다. 방 교수는 정연주 사장 연임에 반대하며 이사직에서 사퇴했었던 인물이다.
결국 이사진 중 정 사장 사퇴를 추진하는 친여 성향 이사는 7명으로 의결 정족수(6명)를 안정적으로 넘겼고 2008년 8월 8일 이사회에서 결국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은 강성철 이사를 포함한 여섯 명의 이사가 찬성해 6:0으로 통과되고 말았다. 강 이사는 그해 8월 25일 임시이사회에도 참석해 사장 후보들을 최종 면접하고 이병순 사장을 임명 제청하는데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