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병풍산 숲길에 핀 여름꽃. 해바라기 같기도 하지만...
이돈삼
여유가 없다. 아침이면 잠이 덜 깬 채 집에서 나와 통근열차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하루 종일 뭘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바쁘게 지내다 기진맥진할 때쯤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그런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간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 회의감도 든다.
그렇게 월요일을 시작했는데 벌써 일요일. 시간 참 빠르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6월을 시작한 게 불과 며칠 전 같은데 이제 6월도 막바지에 왔다. 올 한 해도 벌써 반환점을 돌고 있다. 정말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이다.
휴일만 되면 몸과 마음이 느슨해진다. 때로는 모든 걸 잊고 늦잠도 자면서 뒹굴고 싶을 때가 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훌쩍 떠나 혼자만의 여유를 갖고 싶을 때도 있다. 모처럼 아이들과 떨어져 단 둘이만 밖으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얼마만의 나들이인지 기억조차 없을 정도다.
어디로 갈까? 아이들을 놔두고 멀리 가기는 왠지 부담스럽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재골로 간다. 한재골은 어릴 적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선산이 있는 곳이다. 부모님을 따라 땔감을 장만했던 곳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소풍의 추억이 어린 곳이기도 하다.
광주 근교에서 물 맑고 풍광 좋기로 소문 난 한재골에는 벌써부터 피서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몸에 튜브를 끼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을 겨냥해 펼쳐놓은 과수원 앞 좌판의 햇복숭아도 탐스럽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