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 '커피한잔'에 앉아 포도주 한 잔을 따라놓고 시를 감상하는 트렉 회원들.
최방식
생채기 치유, 진실·화해 향해이날 모임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신순봉 시인이었다. 그는 입양인은 아니지만 이 모임의 집행위원을 하면서 고향과 귀향을 소재로 쓴 시 '방생(放生)을 소개했다. 신 시인이 먼저 원작시를 낭송했고 이어 트렉 회원 한 명이 영역본을 읽었다.
방생(放生)신순봉 시(詩)
추석. 고향이라고 집에 돌아오니 미루나무 버드나무 쓰러져 나뒹구는 개울가처럼 온몸 구석구석이 아프다 몸은 아직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는 거다 無爲徒食. 이것도 삶이며 이것 또한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임을… 어머니는 혀를 차며 말씀하셨다 너도 어떻게든 남들처럼 살아야 할 게 아니냐 이 말보다 늙은 어머니가 나를 더 아프게 했지만 술 취해 쓰러져 눕던 밤마다 스스로도 얼마나 부질없는 다짐들을 되풀이했던가 고뇌는 제 몸을 달군다 불 나간 전등에서 막 빼낸 뜨거운 전구알을 얼른 방바닥에 내려놓으며 나는 이제 내가 나를 놓아 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어 미국으로 입양됐던 제인 정 트렌카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커서는 연구해 만들어 낸 '해외 입양인' 관련 책 한 페이지를 읽고 저작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어 테미 코 로민슨과 서길승 교수가 자신의 저작품 중 일부를 읽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일명 '힙합 시인'으로 불리는 조성준(미국 입양)씨가 자작시 4편을 낭송했다. 시카고 태생이며 현재는 뉴욕에 거주하는 그는 9/11사건을 전후해 미국의 대테러 전쟁, 한국의 이라크 파병 논란을 보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미국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한국인 모임 '노둣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