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이문동 다음은 용산과 칠괴동입니다

등록 2009.06.27 13:30수정 2009.06.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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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정책을 표방하며 민생행보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이문동 떡볶이 가게를 방문해 학생들과 어묵을 사 먹는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야당은 '정책 없는 민생 쇼'라느니 '대형마트 규제 없는 재래시장 방문'의 문제를 지적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어릴 적 가난으로 뻥튀기 장사를 하고 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경험했다고 하니 지금도 그들에 대한 감상적 동류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농민의 자식으로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재 처한 농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말하자면 현장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민생행보에 나서 몰락해 가는 재래시장 뒷골목을 방문해 옛 추억처럼 시간을 보냈지만 막상 그 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지 못했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때 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재래시장의 자영업자들은 왜 정부가 정말 오래된 골목상권을 빼앗아가는 대형마트를 규제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대통령은 말이라도 '적극 노력해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안 된다'고 말했으니 재래시장 사람들에겐 희망이 없는 정부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으로는 상인들의 섭섭함이나 절망과는 상관없이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임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재벌대기업 회장을 했으니 소규모 가게보다는 '규모의 경제성'을 갖는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고 소비자 후생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래시장은 가끔 옛 추억이나 더듬는 거리일 뿐이다. 특히 건설회사 경험뿐인 대통령으로서는 전 국토를 건설현장으로 만드는 것이 경기를 부양시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운하의 변형인 4대강 정비 사업이 바로 그렇다. 고용을 창출하거나 녹색환경을 만드는 일 모두 건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자연적인 환경은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막이나 갯벌 그리고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은 그 자체로는 별로 돈이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토건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하나의 신념체계다.


노동자 서민이 죽어가고 있다!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강남 땅 부자가 강북 땅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거대 건설재벌의 개발이익은 서민들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 강제철거와 살인개발에 밀려 망루에 올랐던 용산4지구 철거민들은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에 맞아 죽었다. 이후 5개월이 넘도록 5명의 남편과 동료의 시신을 냉동고에 둔 채 아직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있다. 3천 쪽이 넘는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도록 지시한 중앙지검장은 지금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된 상태다. 쌍용자동차는 노무현 정부 당시 투기자본인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되었다. 상하이대주주는 당초 약속했던 1조 2천 억 원의 투자약속은 지키지 않고 기술만 유출시킨 채 법정관리에 내맡긴 채 철수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는 노사문제일 뿐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달 넘는 공장점거 파업이 진행되고 있고 사측은 해고되지 않은 직원과 용역깡패를 동원 해 공자 내에 진입한 채 대치상태에 있다.


용산이나 쌍용차 사태는 추악한 한국자본주의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사회는 부동산의 사적소유와 개발을 통한 투기적 이익 취득과 재벌이나 다국적기업(또는 투기적 금융투기자본)의 노동유연화(해고나 임금삭감)를 통한 자본의 이윤 극대화만이 판 치고 있다. 총자본의 대리인인 국가권력은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 서민에게 공권력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이는 군사독재보다 더한 자본독재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중도실용정책을 펴겠다면 이문동 떡볶이 집만이 아니라 자신이 건설회사 사장 때 숱하게 둘러봤을 용산 철거현장과 참사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당장 사과할 생각이 없더라도 당사자들의 얘기라도 들어야 한다. 공안 당국이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져 불에 타 죽은 것으로만 보고받았다면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병원에 망자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지시를 내려야 할 일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GM이나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를 국유화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노사문제일 뿐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평택시 칠괴동에 있는 쌍용자동차를 방문해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들어야 한다. 취임과 더불어 민주노총 대신 GM대우 공장을 방문했던 대통령이 지금 쌍용자동차를 방문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외부단체의 사주를 받아 공장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보고만 받았다면 검찰이나 국정원에 지시를 내려 상하이 자본에 의해 어떻게 기술유출이 진행되었는지 또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어떻게 이를 방조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법정 관리인이 제출한 자구안보다 노조가 얼마나 희생을 감내하는 자구안을 냈는지를 확인해 볼 일이다. 첨예하게 드러난 현장을 외면하는 대통령의 재래시장방문은 매우 정치적 제스처이고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이다.

2009.06.27 13:30ⓒ 2009 OhmyNews
#이문동 #용산 #칠괴동 #철거민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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