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마이클 잭슨
연합뉴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나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FM라디오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접어드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특히 김기덕이나 김광한 혹은 박원웅이나 황인용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얘기를 친구들과 대화하는 중에 인용하면 뭔가 앞서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성적이 과거에 비해 다소 떨어짐을 감수하면서도 중독처럼 라디오에 매달렸던 당시 학생들에게 마이클 잭슨은 그들이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이 되었다.
특히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DJ 김광한이 보여준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는 비디오라는 매체가 일부 부유층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시절에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뒤로 가는 걸음걸이는 훗날 문 워크(Moon Walk)라 불렸다. 당시 청소년 중에 이 춤을 마스터한 학생은 가정형편, 성적 여부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나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무수히 연습을 했지만 절대로 따라할 수 없었다. 지금도 문워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이른바 댄스 신동들이 타인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기본 종목이 바로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따라하기였다.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그들이주일보다, 마이클 잭슨보다 더 인기있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한 연예인들이 많고, 이런 꿈을 찾기 위한 스타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주 조건없이, 아무 생각없이도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스타들이 지금 있을까? 글쎄 그런 거 같지는 않다. 물론 그 시대 나의 감성이 지금과 같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끔씩 직간접적으로 보게 되는 10대나 20대를 보면 내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스타는 있지만 우상은 없는 시대다.
이주일과 마이클 잭슨 모두 저 세상으로 가기엔 이른 나이였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이 슬프고 애틋하다. 이제는 40줄에 접어든 나에게 80년대는 이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억들이 하나씩 떠나갈 것이다.
스타의 죽음은 그들 자체의 죽음이기도 하지만 팬들에게는 그들과 함께 했던 옛 기억과의 결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80년대의 기억들은 왜?2009년 6월 지금은 어떨까? 직장도 있고, 내 집도 있고, 가족도 있고, 어떻게 보면 안정되었다고 할 수 있는 지금의 내 삶 속에 지워져가는 80년대의 기억들. 그런데 그 기억들이 아름답지 않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 만큼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끔찍했고, 수치스러웠던 80년대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지난 한달 동안 정신없이.
시국선언, 미디어법 강행추진, 대한늬우스 부활….
80년대에는 이주일을 보며,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들으며 어지러운(솔직히 학생이던 그때 뭐가 뭔지도 제대로 몰랐지만 굉장히 나라가 어수선했던) 세상에서 위안을 삼고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간 자리에 악몽같은 기억들이 인터넷을 열면 살아난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80년대의 기억들은 왜 이다지도 생명력이 길다는 말인가?
생각해 보니 80년대에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과 그 후예들이, 80년대를 끝으로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되는 그들이, 계속 진화되어 발전하는 바이러스처럼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2009년 6월이 기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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