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고약한 방귀는 수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특히 대변을 앞둔 상태서 나온 방귀는 강력하다. 사진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밀리어네어
교실에서 우리 학생들이 뀌는 방귀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한다. 어느 교실이나 방귀 대장이 있어서 그 방귀 대장의 방귀 한 방이면 인상을 찌푸린 채 상의로 얼굴을 가리며 창문을 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름하여 악취 스컹크들이다.
아주 은밀하게 고약한 방귀를 뀐 스컹크가 베일에 가려지면 누가 뀐 거냐 주인공을 가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서로 손가락질하며 의심을 펴지만 결국 평소 방귀 대장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지독한 냄새일수록 방귀 주인은 발뺌하기 일쑤다. 뀌지도 않았는데 의심을 받은 친구가 불특정 다수와 다툼을 벌인다. 급기야 분노하여 책상을 쳤다가 손가락 깁스를 한 사례도 있다. 방귀 뀐 놈이 성을 낸다는 속담이 있으니 그래봤자 자기 손해다.
'쌍바윗골의 메아리'니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으로 비유되는 방귀는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이다. 특히 대변을 코 앞에 두고 뀌는 '불방귀'는 수업 중단 사태까지 몰고 온다. 그 지독한 방귀 냄새, 지난 21년 동안 어지간히 맡아 왔다.
그렇다면 선생인 나는? 하필이면 시낭송 때 반응이 오다니!선생인 내게도 수업 중 방귀로 대략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 이것저것 스트레스로 속병이라도 나게 되면 어김없이 탈이 난다. 하필이면 주요 단원의 핵심을 짚어 열강하는 수업 시간에 방귀가 시작된다. 이런 상황의 방귀를 일컬어 '물방귀'라 한다. '방귀가 잦으면 응가를 한다'는 속담은 진리다. 순간 실수라도 하여 물방귀 뒤 끝에 바지라도 적시는 날이면 애들 앞에서 끝장이다.
신록이 교정을 감싸고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날이었다. 복도 문을 열어 놓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몹쓸 자연현상이 나를 부른다(서양에서는 화장실 갈 때 'Nature calls me'라고 한다나?).
더구나 시낭송을 하고 시작품 분석을 하는 시간이어서 제법 분위기도 잡았다. 입에서는 고교생의 심금을 울리려는 시낭송이 진행되나, 아랫도리엔 긴장감이 맴돈다. 괄약근에 힘을 주고 호흡을 가다듬고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휴지를 두며 시 낭송을 한다.
순간 내 방귀 소리가 정적을 깬다. 그것도 한 방이면 좋으련만 연속 따발총 소리가 난다. 까르륵거리는 고딩들 웃음소리가 심장에 꽂힌다. 하필이면 이 놈의 방귀는 물방귀와 불방귀가 혼합된 터라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을 타고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에게 후각 고통을 준다.
녀석들 중에 한 명이 엄지 검지로 코를 틀어막고 호흡을 멈춘다. 이미 불결해진(?) 몸으로 등을 어루만지며 '미안하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사람 환장한다는 말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재빨리 복도로 나가 살며시 여분의 방귀를 뿜어내고는 "누가 휴지 좀 있니? 화장실로 좀 가져 와!" 하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짓궂은 아이가 화장실에 와서 나를 찾는다.
"샘! 교실에 휴지가 하나도 없는데요?" "어쩌라고!!!""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해결한다잖아요?""지금 장난 하냐?""헤헤, 여기 있습니다."수업 중 방귀 대처 방법, 교사마다 제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