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여의도 MBC 본사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진입을 시도하던 고엽제전우회 회원이 가스총을 꺼내 'MBC를 향해 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동영상 화면)
김호중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탓에 이들과 비슷한 단체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국전쟁 전후로 서북청년단 같은 단체가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준군사조직이 되었고, 이른바 정치 깡패들이 권력자들의 비호아래 폭력을 휘둘렀다. 이런 청부 깡패들은 스스로를 돈받고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을까? 그렇지 않다. 문장의 길이나 어휘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아마도 이 애국기동단이란 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명분으로 자신을 포장했을 것이다. 이는 외국의 어느 테러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단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는가다. 오랜 독재를 끝내고 직접민주주의제도가 정착된 이후로 이런 류의 준군사조직은 와해되었다. '민주주의에 반하기 때문' 즉 민주주의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이런 단체가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라는 것, 이런 시대착오적 조직과 대통령이 하는 주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혹자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독재'라고 표현하는 한 징표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불법적 폭력을 휘두른, 즉 보수정권의 법률가이드라인마저 넘어버린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탈이념 중도정치의 증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