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거점병원 '무용지물'

충청권, 격리병동·공기차단 시설 갖춘 곳 없어

등록 2009.06.25 15:09수정 2009.06.25 15:09
0
원고료로 응원

신종인플루엔자 환자 발생 시 신속한 격리 치료를 위해 지정된 거점 병원이 전문 치료 여건이 갖추져 있지 않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신종플루 환자 확산에 대비해 각 지역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했다. 충북에서는 충북대학병원이, 대전·충남에서는 충남대·을지대·건양대·대전보훈·유성선병원 등이 신종플루 거점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공기를 통해 급속도로 전염되는 특성상 격리병상과 공기 차단 및 정화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 시설을 갖춘 병원은 단 곳은 없다.

 

그나마 충남대병원이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으로 정상 가동되지는 못하고 있다.

 

충북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충북대병원의 경우 신종플루 환자에 대비해 1개 병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특별한 시설 없이 일반 병실과 똑같이 운영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격리병상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하고 그 밖에 외부공기를 차단하고 내부공기를 정화하는 음압시설이 설치돼야 한다. 이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충북대병원은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려면 격리환자들만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버이터를 확보하고, 병동 1~2개 층을 전부 비워야 하기 때문에 운영 하려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병원이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10억 원이 넘는 음압시설을 자체적으로 설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환자가 들어올 경우 안그래도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환자를 내보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신종플루 환자는 전국적으로 129명(추정환자 1명 포함)이 발생해 35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충북에서는 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3명의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 충북대병원이 아닌 음압격리병상을 갖춘 서울국립의료원(2명)과 전북대학교병원(1명)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국가에서 운영중인 197개 음압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를 경우 지역 거점병원으로 환자를 수용하겠다며 현재로선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거점 병원이 언제든 환자를 즉시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신종플루 창궐시 비상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안심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병원의 한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돌아오는 방학시즌과 맞물려 확진환자가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데 정부의 형식적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며 "단순 시설자금 예산 지원에서 벗어나 체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25 15:09ⓒ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종플루 #거점병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