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이지만 사람들이 벌써부터 모여들기 시작한다.
김동수
해장국집, 제비초리, 돼지 껍데기 따위를 굽는 식당이 다섯 집인데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재래시장이란 홀이 비좁기 때문에 바깥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고기를 굽는데 이 냄새가 우리집으로 올라온다. 다섯 집에서 구워 올리는 냄새, 아 감당이 안 된다. 찜질방 같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고기냄새는 먹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지긋지긋하다.
아이들 소원은 고기 냄새 없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다. 찜질방같은 집이 싫은 것이 아니라 고기 냄새 때문에 싫다고 한다. 창문을 열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창문을 닫아도 2중창이 아니라 외창이고, 창틀이 벌어지고, 뒤틀려 그 사이로 냄새가 스며들어온다. 겨울이면 아예 비닐로 막아버리면 되지만 낮에는 창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밤에 더워 견딜 수 없으면 창문을 살짝 연다. 하지만 고기 냄새는 한 순간도 우리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지독한 고기 냄새다. 고기 냄새와 10년을 싸운 우리 가족들, 2009년 여름 더위뿐만 아니라 고기 냄새와 싸워야 할 것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10년을 싸운 경험으로로 올해도 견딜 수 있으리라. 승자는 고기냄새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다.
덧붙이는 글 | '냄새에 얽힌 사연'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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