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홀>의 인주시장 신미래(김선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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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승리당 소속 사람들이다. 승리당 시의원들은 그녀가 자신들의 입당 제안을 뿌리치고, 자신들과 전임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권사업인 시청 청사 이전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을 보며 그녀에 대한 적개심을 키웠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그녀가 계획하는 민생 사업 예산안을 모두 의회에서 부결시켜 버린다. 수적 우세를 앞세운 패거리 정치의 힘으로 말이다.
신미래가 추진하려 했던 사업은 '농번기 급식도우미 지원'과 '농기계 무료 임대 지원'이었다.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학생들의 급식 도우미를 시청에서 지원해주고, 가격이 비싼 농기계를 시청에서 사들여 농가에 무상으로 임대하는 사업으로,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승리당은 신미래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이런 민생 사업을 부결시켜 버렸다.
어떤가. 이 정도면 요즘 말로 '싱크로율'이 100%에 달하는 완벽한 현실 예견이 아닌가. 민생을 생각하는 신미래 시장과 학생을 생각하는 김상곤 교육감.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당면한 민생 사업을 외면한 승리당 시의원들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교육의 공공성까지 외면한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원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지, 그저 <시티홀> 김은숙 작가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무상급식·공교육 강화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추가경정 예산 171억원은 절반인 85억 5000만원으로 삭감됐다. 이로써 올해 2학기에 농·어촌 및 군 단위 지역, 전교생 300명 이하 도시지역 학교에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2010년까지 그 범위를 경기도 내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던 김상곤 교육감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관련 예산 역시 5970만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인 2970만 원이 삭감됐다.
무엇보다 김상곤 교육감이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삼고 있는 혁신학교 추진 관련 예산은 28억 2000만원 전액이 삭감되고 말았다. 혁신학교란 교장공모제와 초빙강사제, 행정인력 고용 확대 등을 통해 관료주의로 경직된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부과하고,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수업준비에 충실할 수 있게 해주며, 무엇보다 학급당 인원수를 25명, 학년당 학급수를 6개 이하로 제한하여 과밀화를 해소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대안이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교육위원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이들이 김상곤 교육감의 추진사업 예산 삭감에 찬성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무상급식, 혁신학교 추진보다 시급한 사안이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부유한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 때문에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