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 겸 복지국가SOCIETY 대표
이승환
의료 민영화의 본질과 배후세력이 교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진영의 주된 논리인 '의료서비스 개선과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의료 선진화 및 산업화' 그리고 '의료수지 적자 탈피'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그 본질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의료 민영화의 본질을 봐야 합니다."
이 교수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과 '실손형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가 의료 민영화의 두 가지 핵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의료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것이 지지부진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강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전 정권부터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불거져 나오는 의료 민영화를 누가 하고 싶어 하는지, 누가 추진세력인지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운영 철학이 다른 두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의료 민영화의 추진세력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추진 세력으로 거대 민간 의료 보험사를 꼽았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생명보험 회사들 그리고 '화재'라는 상호가 붙어 있는 회사들이 그들이다. 이 교수는 "이런 민간 보험 회사들은 금융자본"이라며 "그들이 돈을 벌고 싶은 것"이라고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과거 '노인 연금'과 '생명 보험' 등에서 돈을 벌었던 회사들이 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수익성이 떨어지자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보험회사들이 의료를 새로운 수익의 원천이 될 미개척지로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 관계의 공유현재 한국의 의료 재정규모를 보면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의 경우 약 30조 원에 이르고 민간보험의 규모는 10조 원 정도로 건강보험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 국민의 의료비 조달 메커니즘을 건강보험이 장악하고 있기에 국가가 정한 일정한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의료 민영화 추진으로 민간 보험이 의료 재정에서 그 영향력을 넓혀갈수록 국민 전체의 의료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전체 의료비 중 64%를 건강보험이 지불하고 있고 환자 개인이 지불하는 금액은 36%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민간보험에 가입하면 100% 보험회사가 의료비를 부담합니다. 점차적으로 국민들이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건강보험의 재정 규모가 줄어들면서 의료비 조달 메커니즘을 민간보험이 장악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민간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민간보험회사와 같은 금융 자본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이 교수는 현 경제 관료들이 그들이라고 말한다.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금융자본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경제 관료들입니다. 특히 현재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은 과거 금융감독위원장이었습니다. 전형적인 금융자본주의자이죠.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금융자본주의자입니다. 결국 이들은 의료 분야에 민간 영역을 넓히기 위해 미국식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금융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민간 보험회사들과 경제 관료들의 이해 공유가 의료민영화의 본질이다'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런 이해관계 저변에 깔려 있는 전반적인 맥락 속에서 의료 민영화를 이해한다면 지난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성향 차이를 넘어서 왜 이렇게 지속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