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겉그림.
김영사
이렇듯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는 책은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김영사, 박병철 역, 2006)다. <평행우주>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정치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려워 삶이 팍팍해진 이 여름, 잠시 우주의 세계로 도피(?)함으로써 새로운 충전을 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책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미치오 카쿠는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뉴욕시립대의 이론물리학 석좌교수이며 끈이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그는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세계를 단아하고 위트 있게 전달하는 문체적 능력을 가진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역저 <평행우주>는 영국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기도 했다. 문화사학자 자크 바전은 "모든 순수과학이 실제로는 그리 순수하지 않지만 이론물리학만은 예외"라고 말했는데 나는 <평행우주>를 통해 그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나는 우연한 기회에 미치오 카쿠의 다른 저서 <초공간>을 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생명체의 탄생에 관해 내가 품었던 궁금증을 거의 해소해 주었다. 미치오 카쿠는 '과학이론은 우아할수록 정당하다'는 심미적인 과학관을 가지고 있다. <초공간>에서 보인 그의 논리는 한 마디로 '인류는 별의 후손'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초공간>에도 경이적인 이야기들이 여럿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중반부 이후가 너무 어려운 것이 흠이다.
최근 나는 <평행우주>를 여러 차례 읽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이른바 '삼매경'을 체험했다. <평행우주>는 제목과 달리 우주 이론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은 뉴턴 시대 이후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어떻게 알아내 왔는지를 가장 재미나게 전달하는 저술물이다. 최신의 우주학설인 '평행우주론'은 책의 마지막에 언급된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이다. 신비는 예술과 과학의 근본을 이루는 모태이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확실한 길만을 추구하는 과학자는 결코 우주를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렇게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는 만유인력의 법칙, 핼리혜성, 상대성이론, 허블의 망원경, 빅뱅이론, 인플레이션 우주론 등을 소개하고 중반부 이후 블랙홀의 가공성과 양자역학의 기묘함과 함께 끈이론를 뛰어 넘는 M-이론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익숙한 지구와 태양계와 별의 일생, 그리고 중력과 전자기력 등이 해명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별은 왜 반짝이는가? 빛보다 빨리 달리면 어떻게 되는가? 우주적 우연이란 무엇인가? 시간 여행은 가능한가? 차원이란 무엇인가? 지구의 종말은 어떤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우아한 답변을 풍요롭게 얻을 수가 있다.
미치오 카쿠는 영화뿐 아니라 음악에도 깊은 조예를 보여준다. 그는 초끈이론을 음악에 유추하여 설명해 준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음악기호는 수학이며 바이올린의 끈은 초끈이 된다. 그리고 음조는 소립자, 화성법칙은 물리학, 멜로디는 화학, 우주는 '끈의 교향곡'에 비유된다. 그는 마지막에 중차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음악의 작곡가는 과학에서 무엇이란 말인가?"(이 논의는 글의 뒤에서 한다)
아무튼 미치오 카쿠는 참으로 예술적인 이론물리학자이다. 그는 이런 말을 덧붙이고 있다.
끈이론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이유는 음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주는 미시적 규모나 거시적 규모에서 음악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음악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창출하는 능력이 있다. 리듬은 다양한 대상에 일치감을 부여하며 멜로디는 불연속적인 대상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화성은 판이하게 다른 것들 속에서 화합을 이끌어낸다."(*인용 문장은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Yehudi Menuhin의 말)미치오 카쿠가 내린 음악의 정의를 소개한다. 그는 "음악이란 무의식중에 계산이 수행되고 있는 마음의 수학"이라고 규정한다.
지구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