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봉사자들서울성모병원 완화의학과 호스피스 병동의 천주교 신자 봉사자들이 내 어머니의 발을 씻겨주고 나서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지요하
이 달 들어 어머니께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틀니가 온전치 않은 현상 때문에 음식을 잘 잡숫지 못해 영양 부족으로 온 증상이 아닐까 싶어 동네 의원에 모시고 가서 영양제를 놓아드렸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4일) 다시 모시고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한쪽 폐 사진이 온전치 않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근처 방사선의원으로 모시고 가서 CT 촬영을 해보니, 오른쪽 폐 밑에 물이 차 있다며,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그 길로 서울성모병원으로 갔습니다. 응급실에서 다시 엑스레이와 CT 촬영을 한 결과 오른쪽 폐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 종양의 진행으로 폐 밑에 물이 찼다는 것이었지요.
밤에 응급실에서 어머니의 늑막에 고인 물을 빼내는 시술이 있었습니다. 등에 주사기를 꽂고 500cc 정도의 누런 물을 빼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엑스레이 촬영을 하니 양쪽 폐의 윤곽이 확실하게 잡히더군요.
오른쪽 폐의 종양이 폐 자체에서 생긴 원발성 종양인지, 아니면 2001년의 대장암으로부터 전이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복부도 CT 촬영을 해보았습니다. 2001년 대전성모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2년 동안의 투약 관리 끝에 완치 진단을 받았지만, 그 대장암으로부터 폐와 갑상선에 암세포가 전이된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응급실 젊은 여의사의 진단이었고, 폐의 종양이 암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 종양이 진짜 암세포인지, 암세포라면 어떤 성격의 암세포인지(암세포도 종류가 많으므로)를 알려면 조직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며 응급실의 젊은 여의사는 내게 두 가지 방향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종양내과로 입원해서 조직검사 등으로 폐종양의 정체를 확인한 다음 그것에 맞는 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완화의학과로 입원해서 증상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고통을 줄이는 가운데 여생을 마치시게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가족들과도 의논해서 결정한 다음 아침 6시까지 알려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묵주를 쥔 채 혼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심을 했습니다. 올해 연세 86세이신 어머니 폐종양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부터 노인께는 고문이 될 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확진이 나온다면, 그땐 어찌할 것인가? 수술을 할 터인가, 항암치료를 할 터인가? 그것들을 노인이 견디어낼 수 있으며, 또 치료를 한들 완치가 가능하겠는가? 그런 의문들 앞에서 결국 완화의학과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완화의학과의 호스피스 병동은 우리 가족 모두 처음 들어가 보는 곳이었습니다. 유난히 친절한 의사들과 간호사들, 유니폼을 입고 봉사하시는 분들의 밝고 환한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임종을 기다리시는 환자들도 있는 병실로 들어가면서 눈치 빠르신 어머니가 혹 뭔가를 직감하시고 상심에 빠지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이 병실로 오셨을 뿐이고, 곧 퇴원을 하시게 된다"는 말로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