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문종성
성당에서는 교우들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세마나 산타 때 거리 행진을 할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로서 벨리즈 아이들에게 영어 및 다양한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 온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레즈비티어리언(장로교인)인 나도 이 축제를 위한 준비에 한 몫 거두는데 장벽은 없었다. 봉사를 하는데 신분, 계급, 인종, 종교 따위가 논의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고, 주말 행사를 위한 일손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녁 시간.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화색이 돈 채 저마다 자신의 식기를 들고 와 훈제 치킨과 감자 샐러드의 환상적인 식사로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캐나다에서 온 한 청년은 자신의 방학 중 한 달의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온 다른 청년은 자신은 베지테리안이라면서 감자만 접시에 쌓아두고는 이 봉사가 끝나고 어디로 놀러 갈 것인지에 대해 들떠 있었다. 다들 지역은 달랐지만 한 가지 목적, 교육 단기 봉사를 온 멋진 청년들이었다.
저녁 시간에는 세마나 산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건지 교육관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멜 깁슨이 제작해 화제가 되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Christ)'였다. 나는 영화를 볼 건지 고민하다 앞에 몇 분만 보고는 조용히 뒷문으로 빠져 나왔다.
왜 보지 않느냔 수녀님 말에 이미 한국에서 봤노라 하며 핑계를 댔다. 사실은 스페인어라서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고(가뜩이나 기독교 용어가 어려운데 스페인어는 더더욱 그랬다), 멜 깁슨의 수작이라 일컫지만 이전에 봤을 때 기독교 대작인 미션이나 벤허, 십계만큼의 감동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뭐랄까, 너무 감성에만 의존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