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행상으로 부터 구입한 물건들. 좌측부터 전기면도기, 숫돌, 액체구두약 이다.
추광규
지하철로 이동중 자주 구매해 주는 '기아바이'의 물건들 출퇴근할 때나 일을 보려 다닐때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다보니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하철의 불청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하철 행상 즉 '기아바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지하철 역마다 그리고 지하철 구내방송을 통해서 까지 공사측에서는 이들 행상들의 물건을 구입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필요하다 싶으면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 이런 구매족들에 나도 그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구매를 해주는 스타일이다. 지하철 행상들이 선전하는 물건들중 필요하다 싶은 물건이면 아낌 없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얼마전 구입한 플라스틱으로 감싼 작은 숫돌도 그렇게 해서 구입하게된 물건이다. 양쪽으로 플라스틱이 감싸고 있고 가운데 숫돌이 들어 있는데 한 손으로 숫돌을 쥔채, 또 한 손으로는 가운데 나있는 홈 사이를 왔다 갔다 반복동작만 하게 되면 칼을 갈 수 있다는 말에 주저않고 지갑을 열었었다.
한 개에 2,000원 이었던 것 같다. 담배갑 반만한 크기의 이 소형 숫돌은 구입했다지만 가방안쪽 한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불과 며칠전 가방을 뒤적거리다 발견해 주방에 꺼내 놓았던 물건이다.
마침 생선회를 뜰 기회가 생겨 이 숫돌을 이용해 칼날이 뭉그러져 있던 식칼을 갈아보았다. 처음에는 생각만큼 안된다. 두어 번 시도를 한 후 그 요령을 깨달았다. 숫돌의 한면에 칼날을 밀착한 후 갈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몇 번 시도해 본 후 강하게 간후 종이를 썰어보니 신기하게도 칼날이 되살아나 있었다. 날카로움이 잘벼른 일본도를 연상하게 했다. 어쨓든 그렇게 해서 이날 생선회를 일식집 수준으로 썰어서 맛있는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다. 지하철 행상이 판매한 물건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기아바이', 물건 어떤것은 "꽤 쓸모가" 또 어떤 것은 "영 아니올시다"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들이 쉽게 손 댈 수 있는 업종중의 하나가 바로 행상일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아바이'라고 부르는 지하철 행상이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자주 보곤하는데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이들 행상들의 물건을 자주 구입 한다.
그 가운데 꽤 쓸모가 있다고 판단한 물건 몇 개를 꼽아 보련다. 그 첫째가 전기면도기였다. 중국산인데 지난 몇 달동안 아주 잘 써먹고 있다. 가격은 만 원이었다. 대형마트에서 보통 4~5만 원 이상 나가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가격대비 너무나 만족스러운 물건이었다.
그전에도 5천 원인가 하는 작은 면도기를 구입한 적 있다. 그렇지만 이 면도기는 엉터리였었다. 면도기를 사용하다 보면 면도를 하는 게 아니라 수염을 뽑는 수준이라서 두어 번 사용한 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이번 전기면도기는 지난 몇 달동안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으니 만 원 한장이 전혀 아깝지 않다.
3000원인가에 구입해 왔던 세면기 뜷는 플라스틱도 꽤나 유용했다. 세면기 물 내려가는 부분이 머리카락 등으로 막히곤 하는데, 이 플라스틱 뻥뚫어(?)는 세면대 물 내려가는 구멍에 넣고 쑤시게 되면 머리카락이 딸려 올라오는 물건이었다. 이 물건도 당시 제대로 물이 내려가지 않던 세면기를 뚫는데 꽤 유용하게 써먹었고 앞으로 쓸 경우를 대비해 화장실 유리장 위쪽에 고이 보관중이다.
이와 반해 2000원 짜리 구두약은 영 아니였다. 당시 행상이 한 번만 사용해도 구두 광내는 가격이 빠진다며 구입을 권해 지갑을 연바 있다. 액체 구두약이 스폰지에 묻어 있어 그 상태 그대로 구두 표면을 문지르면 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스폰지가 밖으로 빠져 나오는 바람에 구두을 닦는 게 용이하지 않았다. 실패작이다.
또 대표적인 구입해 실패한 물건으로는 밤 깎는 가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무리 밤을 깎아 보아도 행상들처럼 매끄럽고 쉽게 깎이지 않아 두어 번 사용한 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