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이 17세 때 삼한통일을 염원하며 칼로 내리쳐 단숨에 반토막을 내었다고 전하는 단석산 정상의 바위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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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산(斷石山)'이라면 '돌을 자른 산'이라는 뜻이다. 단석산의 이름은 김유신이 화랑 시절 이 곳에 들어 무예를 수련하던 중 산 정상에 있는 큰 바위를 칼로 내리치면서 천지신명에 기원하기를 "이 바위가 둘로 갈라지면 삼한일통이 이루어지고, 아니 갈라지면 통일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겠나이다"고 했는데, 마침내 유신의 칼에 바위가 정확하게 두 동강 났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신선암과 마애불상은 단석산 거의 정상에 있다. 신선암은 신라 천년 고찰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건물도 아니고, 현재 면모 또한 옹색하여 비록 보잘 것 없지만, 암자 바로 옆에 버티고 있는 마애불상은 보는 이의 숨을 가로막을 만큼 장엄하여 경주 가는 길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들러야 할 곳임을 깨닫게 해준다.
국보 199호인 이 마애불상은 사람 키의 여러 길이나 되는 거대한 바위가 절벽처럼 날카롭게 갈라진 한복판에 있다. 마애불상이라면 절벽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라는 뜻이니, 신라인들의 불국정토 정신이 진정 얼마나 높은 경지였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이 거대 바위의 틈새에서 소년화랑 김유신이 애끓는 수련을 하였다니, 이 곳에 들른 여행객은 누구나 한번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오늘의 우리 현실을 돌이켜보며 두 손 모아 통일을 염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