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가 아닌 문화제.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사는 서러움이 크다.
강기희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로 보수신문 신났다며칠 전 검찰은 MBC <피디수첩> 수사 공개를 하면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었다지만 명백한 사생활 침해였다.
검찰은 자신들의 부실한 수사 내용을 감추려 김 작가의 이메일을 활용했다.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의 언론플레이는 적중했고 성공했다. 수사 결과에 특별한 꺼리가 없던 보수 신문들은 신이 났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김 작가의 이메일을 집중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00일 된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 …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라는 끔찍한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장식했다. <조선일보>는 그것도 부족해 <PD수첩 작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狂的으로 했다">는 사설로 확인 사살을 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라고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김 작가를 추적보도하기까지 했다.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적용된 죄목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명예훼손은 정운찬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고, 업무방해는 미국산 수입쇠고기 수입업자들에 대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죄의 요지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기실 기소 내용보다 김 작가의 이 메일을 더 중요시했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문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찰이 노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여 부실한 수사를 정당화하고 <피디수첩> 제작진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전은 그렇게 성공했다.
그들의 작전에 동원된 김은희 작가의 이 메일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광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겠지만, 이미 김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았던 모멸감이나 치욕감보다 더 큰 상처와 충격을 받고 말았다.
굳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검찰이 백성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검찰은 이제 한 여인에게 덧칠해 씌운 '빨간색'을 어찌할 셈인가. 한 여인의 인권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아도 된단 말인가. 그것도 입만 열면 법치를 주장하는 대통령이 있는데….
아직 백성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취임 연설을 잊지 않고 있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이야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백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는 것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다 좋다. 부실한 수사결과를 슬그머니 감추기 위해 위장전술을 썼다고 인정하자. 아니, 검찰의 발표대로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이 체제를 전복(군사독재 시절 검찰이 이런 조작을 많이 했음)할 정도로 가공할 내용이라고 하자. 그래서 참고 자료쯤 될 수 있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워 만천하에 공개했다고 치자. 그 개인적 메일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와 무슨 상관이 있나.
프로그램 편집 의도에 대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심증적 물증이라서 공개했다? 백성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