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인 최문순 의원은 대표적인 '현장파'다. 최 의원은 지난 5월 말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덕수궁 대한문 앞을 줄곧 떠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최 의원을 '노숙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노숙자'는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조문 정국' 이후 민주당이 얻은 자신감은 바로 이런 현장 속에서 나왔다. 10일 밤 서울광장에서 만난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작년 촛불집회 때는 민주당 깃발도 들고 나오지 못했는데, 올해는 많은 시민들이 깃발 아래 모이는 것을 보고 감개무량했다"고 털어놨다. 최고 27%까지 올라간 민주당의 지지율을 '몸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민주당은 '현장학습'을 통해 한나라당에 맞설 대안야당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없이는 6월 국회를 열 수 없다는 방침은 이미 세워졌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단독 국회'나 '국회법 개정' 카드까지 꺼내며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비정규직법, 미디어법 등 현안 처리가 급한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은 느긋한 편이다.
이참에 아예 들판(野)에서 무리(黨)를 모아 한나라당을 뛰어넘자는 전략도 세웠다. 조문 정국과 6·10 범국민대회로 맺어진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더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뜻이다.
16일 국회 당 대표실에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지도부가 찾아온 것도 좋은 예다. 민주당은 이들과 '4대강 마스터플랜' 저지에 공동전선을 펴기로 했다.
정세균 대표는 "정치권이 유능하게 견제와 감시를 해주면 걱정 안 해도 되는데 현재 민주당이 의석수로는 중과부적"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정 대표는 또 "시민사회와 국민 여러분이 힘을 합해 주지 않으면 이 정권의 일방독주를 견제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단지 말로만 그친 게 아니다. 민주당은 원내조직을 '현장형'으로 재구성했다. 이명박 정부 아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남북관계, 서민경제' 3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고 원내조직을 ▲민주주의 위기 극복팀(법사위, 행안위, 문방위, 국회운영위), ▲남북관계 위기 극복팀(통외통위, 국방위, 정보위), ▲민생경제 위기 극복팀(기획재정위, 지식경제위, 국토해양위, 환경노동위 등)으로 나눠 활동하도록 했다.
앞으로 각 팀 소속 의원들은 6·10 범국민대회 강제진압 항의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쌍용차-비정규직 현장과 연평도, 백령도 등 남북 충돌 위험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위기 극복 방안을 찾기 위한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회 밖에서만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6월 임시국회 개회에 대비한 원내전략도 치밀히 구상 중이다. 이번 주만 해도 민주당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의원총회에서는 '북핵 문제', ' 검찰 개혁', '비정규직법' 등 핵심 쟁점을 공부하고 있다. 언제든지 국회가 열린다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도록 '바탕'을 깔아놓겠다는 생각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우리는 국회가 언제든지 열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국민과 민주당의 5대 요구안을 수용한다면, 내일이라도 국회를 개원할 의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공유하기
용산순례, 광장 노숙... 민주당은 '현장 학습중'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