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탄 배 옆으로 짙은 해상안개를 뚫고 또 다른 낚시배가 가까이 다가왔다.
추광규
# 짙은 '바다안개' 탓에 몇 십미터 앞도 안보이고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 탓에 우럭낚시를 위한 군산권이나 안흥권 출조는 요 몇 년 동안은 하지를 못했다. 대신해서 집에서 접근하기 쉬운 인천시 영흥도에서 출조하는 우럭낚시배를 즐겨 타곤 했다. '종일 배' 즉 8시간 남짓 낚시를 하게 되는 배를 탄다고 해도 고작해야 뱃길로 1시간 남짓 되는 거리인 당진 화력발전소 인근 풍도나 육도 부근에서 맴도는 게 전부였다.
육지와 가깝고 수 많은 낚시배들이 들락거리다 보니, 잡히는 고기들이라고 해봤자 씨알이 작을 수밖에 없다. 개우럭이라고 칭하는 4~50cm급은 운이 좋아야 한 마리 정도 잡는 수준에 불과하다. 60cm급은 꿈도 못꾼다.
3주전 출조에서도 영흥도에서 우럭 선상낚시배를 탔지만 그 날도 조과는 그리 풍성하지는 않았다. 어른 손바닥 만한 놀래미만 20여 수 남짓 걸어 올렸고, 씨알이 굵은 우럭은 잡지 못했다. 당시 배에 탄 20여 명의 낚시객들 중 손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몇 명 없었다.
10여 년전 한창 우럭낚시의 매력에 푹 빠져 있을 때는 군산권은 물론이고 안흥권까지 두루 섭렵한 바 있다. 시간이고 경비고 그 때는 자다가도 꿈에 낚시대에 우럭이 걸려 올라오는 꿈을 꿨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장거리 우럭낚시 출조는 엄두를 못냈다. 그러다가 재작년부터 영흥도에서 나가는 우럭낚시배에 간간히 타곤 했다.
하지만 영흥도 출조배들은 거의 대부분 내만권인 당진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다 보니 그것도 슬슬 흥미를 잃던 참이다. 고작해야 낚시꾼들이 '깜팽이'라고 부르는 손바닥만한 우럭이나 놀래미를 잡기 위해 하루를 투자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
지난 금요일(12일), 토요일 출조를 마음먹고 예약을 하기 위해 영흥도에 위치한 '신흥낚시'에 전화를 해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귀가 번쩍 트이는 정보를 전한다. 바로 나 같은 마니아를 위한듯 영흥도에서도 먼 바다 출조를 한다는 것이다.
덕적도와 백아도를 포함하는 소위 '울도'권 출조란다.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하기에 일요일 임에도 불구하고 곧 바로 예약을 했다. 일요일 만큼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교회에 가야 한다는 아내의 경고가 귓전에 맴돌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된 우럭 낚시를 할 수 있다는 유혹은 너무도 컸다. 전가의 보도를 빼들 수밖에. 남자들이 꺼내는 핑게중 이 것만큼 효력을 발휘하는 핑게는 없는것 같다. 그것은 아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로 '비즈니스를 위해!' 일요일날 낚시 간다는데 뭘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