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고양이 똥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위창남
고양이 똥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강아지 똥을 보신 적은 있어도 고양이 똥을 본 적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양이들은 여간해서 자기 똥을 남이 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보고는 얼른 흙으로 똥을 덮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바로 흙속에 묻혀 버리는 거죠.
어느 봄날이었어요.
겨우내 민들레씨앗을 품고 있던 강아지 똥은 노란 민들레꽃을 피웠답니다. 민들레가 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에이, 개똥이잖아!" 하며 다를 더럽다고 했는데, 민들레꽃이 피어나니 보는 이마다 '저렇게 더러운 강아지 똥에서 저렇게 예쁜 민들레가 피다니!' 감탄하는 것입니다. 강아지 똥은 어깨가 으쓱으쓱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강아지 똥이 민들레를 피우고는 너무 행복해하는 몸짓이 땅속에 묻혀 있는 내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보지 못해도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일을 강아지 똥이 해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똑같은 똥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강아지 똥은 아침에 떠오르는 해, 철 따라 피어나는 들꽃,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풀잎 사이를 오가는 곤충, 아침이면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도 보는데 고양이 똥은 캄캄한 흙 속에 묻혀서 살아가다 그냥 흙으로 돌아간다니 여간 서운한 것이 아닙니다. "에이, 더러워!" 소리를 듣더라도 강아지 똥처럼 따스한 봄날 파란 하늘 아래서 따스한 햇볕에 마음껏 몸을 쐬면 얼마나 좋을까 날마다 꿈을 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