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6일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았던 소녀 성민영과 그 가족들을 만나 격려했다.
사람사는세상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진들은 조문객들이 봉하마을 분향소에 놓고 간 물품을 정리하다 눈물을 훔쳤다. 경남꿈사랑사이버학교 교직원들이 '국민장' 기간인 지난 5월 27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의 영전에 놓고 간 앨범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과 생전에 만났던 한 학생의 사연을 담은 앨범이었다. 그는 18살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성민영. 전직 대통령과 병마에 시달리는 여고생의 만남은 2008년 6월 26일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였다.
민영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육종'이라는 암에 걸렸고 2007년에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았다. 그러다가 민영이는 지난해 9월 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소녀가 하늘나라로 먼저 가고 8달 만에 노 전 대통령도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신미희 전 청와대 행정관은 11일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에 "하늘나라에서 만난 대통령"이란 제목의 글로 두 사람의 만남을 소개해 놓았다. 경남꿈사랑사이버학교 교직원들이 놓고 간 앨범 맨 앞쪽에는 추모 편지가 쓰여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저 하늘에서 이 편지를 보실 수 있으실런지요. 진작 이 앨범을 드릴 것을, 너무 늦어 버린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작년 이맘때 민영이가 대통령님을 뵙고 참 좋아라 했는데…. 대통령님께서 써주신 '의지의 승리를 기원하며' 그 문구가 우리 민영이에게 삶의 힘이 되어주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민영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가슴 속 불씨였는데…. 그날 민영이의 손을 잡아주시던 그 따스한 손과 마음으로 살아오셨고, 그렇게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곧으셨고 또 누구보다 여리시고 인간다운 분이셨기에 선택하신 마지막 길이라 너무도 애통합니다.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시어 쉬시길 빕니다."경남꿈사랑사이버학교는 병마와 싸우며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화상강의를 통해 수업하고 있다. 민영이도 당시 이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지난해 5월 이 학교의 한 교사가 <사람사는세상>에 민영이의 사연을 올린 게 만남의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아픈 몸을 이끌고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한번이라도 뵈었으면 하는데 뵐 수 있는 건가요? 민영이가 낫길 바라지만 앞일을 알 수가 없기에 급한 마음에 이렇게 몇 글자 남깁니다. 안되면 저희 민영이에게 힘내라고 한번만이라도 연락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절절했던 교사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단 사람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비서진들은 노 전 대통령한테 보고했고, 교사들과 협의한 끝에 만날 날짜가 잡혔다. 그 날이 바로 지난해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