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사에 나선 한용세 (사)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불과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퇴보하여 독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며 "특히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경색된 남북관계, 고 강희남 목사의 자결 등으로 6월 항쟁 22주년을 맞는 우리는 참담하고 죄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2년 전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항쟁을 벌인 대전 지역의 전통과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 퇴보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며 민족의 염원인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내기 위하여 다시 한 번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투쟁의 깃발을 들자"고 호소했다.
주제연설에 나선 엄연섭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장도 "우리는 이제 바꿔야겠다, 더 이상 이대로는 못살겠다, 이대로 가면 우리 서민들은 모두 죽는다"면서 "99%의 서민들이 단결하여 1%의 가진자 만을 위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민중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또한 이날 규탄발언에는 고 박종태 열사의 미망인 하수진씨가 나섰다. 그녀는 "제 남편은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다가 무자비한 경찰과 대한통운 자본의 탄압에 의해 가족을 뒤로 한 채 목숨으로 항거했다"며 "벌써 남편이 주검으로 변한 지 40일이 되건만, 장계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녀는 이어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한통운과 그 뒤에 숨은 정부는 사과한마디 없고, 오히려 꼭두각시 대한통운 노조를 내세워 유가족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바로 촛불을 든 여러분이 있기에 남편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는 세상이 곧 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예공연에서는 극단 '좋다'의 '플래시 맨'이 공연됐다. 이 공연은 '747 공약'을 내세운 한 권력자가 집권하여 국민들을 우롱하면서 10년 전으로 역사를 돌리려 하다가 촛불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의 풍자 마당극이다.
또한 '6월 항쟁과 민주주의 영상'은 1987년 6월 항쟁의 과정과 그 이후의 대한민국 정세 변화,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을 되짚으면서 22년 전 소중한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촛불 항쟁'으로 지켜내자는 내용으로 편집되었다.
참가자들은 또 '2009년 6얼 선언문'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22년 전 오늘 온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독재타도', '직선쟁취'의 함성으로 6월의 거리에서 항쟁으로 뜨겁게 타올라 위대한 국민승리를 낳았다"면서 "그러나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가 철저히 파괴되어 국민들은 비통함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다시 6월의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의 죽음과 민주주의의 후퇴, 인권 압살, 표현·비판·집회·결사의 자유 질식을 막아야 한다"며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이 땅의 민주와 민생, 평화를 살려내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대통령 직접 사과 ▲반민주, 반민생 악법 철회 ▲99% 서민 다 죽이는 1% 부자정책 중단 ▲남북공동선언 이행 및 대북 적대 정책 철회 등을 촉구했다.
마지막 순서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함께 합창한 시민들은 서대전시민공원에서의 모든 행사 일정을 마치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경찰의 거리행진 불허에도 대형태극기를 앞세운 시민행렬은 인도를 따라 대전역광장까지 행진을 하겠다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서대전 네거리를 지나 채 50미터도 가지 못해서 버스와 전경들로 6차선 도로와 인도를 모두 막아선 경찰병력에 의해 행진을 멈췄다.
시민들은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끝내 길을 열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한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바위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정리 집회를 연 뒤, 해산했다.
2009.06.11 00:3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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