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6.10 23:12수정 2009.06.11 01:01
6.10 항쟁 22주년 범국민대회가 치러진 시청 앞 서울광장은 10일 오후 내내 '용광로'가 됐다.
4대강 정비사업, 쌍용차 정리해고, 일제고사, 방송법·최저임금제·비정규직법 개정 등 다양한 현안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소통부재로 대표되는 'MB시대'를 불살랐다.
환경운동단체들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현수막을 펼쳤고 손에는 '4대강 죽이기 반대' 피켓을 들었다.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적힌 노란색 천을 펼쳐들었다. 지하철 청소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로 꾸려진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은 '최저임금법·비정규법 개악 반대'라고 적힌 노란색 풍선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풍경 하나] 청소년도 시국선언... "배운대로 행동한다, 민주주의 지켜내자"
교복을 입고 광장으로 나온 청소년들은 "배운대로 행동한다, 민주주의 지켜낸다"란 기치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에서 지난 4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시국선언 동참자들. 모두 총 3076명의 청소년과 13개 청소년단체가 이 시국선언에 참가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배워온 것들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들은 이어, "대한민국의 역사는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는 민주화 항쟁의 역사이고 그 중심엔 항상 학생들이 서 있었다"며 "청소년들은 이 사회나 민주주의와 유리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독재와 부당한 권력이 주는 달콤한 제안과 타협하지 않는 주체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가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이 70, 80년대 권위주의 독재정부로 회귀하는 발상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고 그동안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하길 바란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대국민 사과 ▲국책사업에 대한 여론수렴 및 공개토론 진행 ▲공기업 민영화 등 부유층만을 위한 악법 추진 중단 ▲미디어법 개정안 즉각 철회 ▲집회 시위의 자유 인정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또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후까지 시국선언 동참자를 2배, 3배로 늘려 2차 청소년 시국선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청소년 인권, 교육문제에 대한 청소년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운동을 펼쳐나가기로 결의하기 했다.
이나라(가명·18)양은 "학생으로서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문제"라며 "일제고사나 시험점수 공개 등으로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며 "붕어빵을 찍어내는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뭘하고 싶은지 알아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양은 또 "청소년들이 이렇게 나서는 것을 두고 주동자가 누구냐는 식으로 평가절하하지 말아라"며 "청소년들은 지금 현 사회 문제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을 들으며 비웃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풍경 둘] 서글픈 '가면' 쓴 쌍용차 노동자, "해고는 살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