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도로 건설 예정 부지. '시민모임'은 이곳을 '배다리 에코 파크'로 만들었다.
해피시니어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가 명확치 않으면 공사 주체는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 이 지역을 지켜야 하는 정당성을 보여주어야 하므로 이 지역에 무엇이 있나, 어떤 이야기가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배다리를 지키는 시민모임'을 정식으로 만들고 매월 꾸준히 문화행사를 가졌어요. 그 해 11월, 연극을 공연하면서 주민들은 정말로 감격했답니다. 배다리에서 연극 공연을 펼칠 수 있을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한 두 조각씩, 지역 이야기를 끌어 모아
가능성은 풍부했다. 100년이 넘는 헌책방 거리 역사와 개항 유적만 가치있는 게 아니었다. 주민들 스스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모두 보물이었다.
"지금 동구청 있는 자리에 '동물 넋 위로비'라는 게 있어요. 그 곳이 예전에 도축장이었거든요.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면 사람심리가 불편해지는지, 예전 구청장이 거기에 비(碑)를 세운 거예요. 알고보면 여기 분들이 참 재미있어요."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09 배다리 문화축전>에서는 배다리 주민들의 구술(口述)이 꽃 피었다. '배다리 동네 이야기꾼 한마당'과 '배다리 문화답사' 프로그램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즐거워했다.
"올해 인천시에서 도시축전을 하는데, '재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시의 입장과는 다르게 주제를 '정주도시로서의 인천'으로 잡았더라구요. 아이러니컬하죠?
거기선 외국 몇 개국 참여한다, 얼마나 화려하다, 이런 것을 부각시키는데,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그런 게 아니거든요. 저희가 지향하는 건, 이 지역을 박물관처럼 만들어 보존하는 전시행사가 아니라, 사람이 계속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축제입니다."
시민모임은 그래서 올 4월 10일 단체명을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에서 '배다리를 가꾸는 인천시민모임'으로 변경했다.
'지키는' 것은 방어적이지만, '가꾸는' 것은 능동적이며 공격적이다. 이름이 바뀐 날 '시민모임'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김윤식 인천문인협회장 등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배다리 문화선언'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배다리를 가꿔나가겠다는 희망과 염원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