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바람이 분다' 공연에 출연한 정태춘씨.
탁현민
'강산에와 크라잉넛과 YB(윤도현밴드)'도 지금보다 훨씬 젊은 모습으로 그들의 노래를 관객과 나누고 있었다. 이따금 비춰지는 객석에서는 '명계남'이 안티조선 서명을 받으며 객석을 누비고 있었고 흥미롭게도 당시만 하더라도 무명이었던 김제동이 공연의 오프닝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는 그런 공연이었다. 뜻을 같이했던 공연기획자들이 쌈짓돈을 갹출하고, 가수들이 무료로 동참하고, 공연장에 온 관객들이 모금을 통해 공연비용을 마련했던, 정당과 단체의 도움을 거절하고 오로지 그 세대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하는 대중에 의한 대중문화공연이었다. 386세대를 중심으로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를 지켜온 그 세대들이 다시 한 번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자는 의지로 만들어낸 자리였다.
그날의 공연을 정태춘은 "침묵과 퇴행의 1990년대를 넘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문화행동"이라 규정했고, 노찾사는 "들을 노래, 부를 노래 하나 없는 1980년대 세대들을 위로하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던 노래들을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과 합창하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날의 공연은, 대선후보 노무현과 이 땅의 민주주의 세력이 새로운 시대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강렬한 소망의 자리였다. 그렇게 그날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는 바람이 불었다.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노란 바람이, 환희와 기대에 찬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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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바람이 분다 ⓒ 탁현민
7년이 지난 오늘, 낡은 테이프나 뒤적거리는 나를 본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믿었던 모자란 나를 본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참담하게 앉아있는 나를 본다. 하지만 2002년 5월과 6월 그날의 나는 이렇지 않았었다. 희망을 이야기했고, 다시, 시작을 이야기했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그것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다. 그날 모였던 2만 관객이, 그래서 결국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 절망 속에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다시 찾아야 한다. 다시 바람을 만들어야 한다.
2009년 6월 21일 6시 30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 자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정확하게 7년 전의 그날, 그 장소에서 이제 새로운 세대 386과 그 다음 세대의 뜨거운 연대와 미래세대, 아름다운 세대를 위한 공연을 기획한다. '다시 바람이 분다'다. 청년, 학생들과 대중문화인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지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제 거대한 바람을 만들려고 한다. 적지 않은 가수들이 이미 동참을 약속했고, 정파에 상관없이 각 대학의 총학생회와 학생들이 기획단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동시에 오늘 우리의 미래에 대해 선언하고 뜨겁게 연대할 수 있는 자리다. 이제 더 이상 좌절하지 말자. 절망하지 말자.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 그 바람을 타고 날자. 훨훨 날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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