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식당늦은 시간, 작은 전등으로 불을 밝히며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솔미
높이 솟은 빌딩이나 아파트도, 번쩍이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작은 카메라 렌즈 안에 담기에 너무 컸다. 밤늦도록 일하는 이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24시간 해장국집의 소박함이 적당했다. 다 기울어져가는 낡은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소박한 전등불로 빛나는 작은 슈퍼마켓이 안성맞춤이었다.
나와, 당신의 두 눈이 더 낮은 곳을 향하기를카메라 렌즈 안에서는 작을수록, 여릴수록, 초라할수록 빛이 났다. 너무 흔해서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이 담겨졌다. 이 모든 것들은 두 눈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었던 소소한 일상이었다. 내 시선이 카메라가 없이도 낮은 곳으로, 작은 것으로, 초라한 것으로 향하는 날, 그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쇳덩이를 내려놓을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여유가 된다면 카메라 하나 더 구입해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대통령님께 선물하고 싶다. 그래서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높은 빌딩만이 건물이 아님을 알고, '잿빛 녹색'이 아닌 '진짜 녹색'을 렌즈 속에 담아보기를. 재개발로 피멍든 한 가정의 문드러진 가슴이 보이고, 광장에서 울고 있는 여고생의 흐느낌을 들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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