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주노동자공대위 소속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수원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하라며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원시민신문 제공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과잉단속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에 쫓기다 옹벽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과 출입국관리 당국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주노동자가 단속반의 무리한 추격을 피하다 추락해 다쳤다"며 치료비 배상 등 법적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반면 출입국관리 당국은 "해당 노동자가 자기 과실로 다친 것이기 때문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사건경위를 조사한 결과 단속반이 심한 부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병원 이송 등의 응급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2일 다산인권센터·안산이주민센터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경기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미등록 중국 이주노동자 심아무개(39)씨는 지난 4월 20일 오전 11시쯤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단속반에 쫓기다 약 5m 높이의 옹벽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심씨는 머리뼈가 함몰되고, 오른쪽 발뒤꿈치 뼈가 부서졌으며, 오른쪽 손과 팔목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심씨는 수원 J병원에서 2차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으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여서 의사소통이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 조사결과 당시 사건경위는 이랬다. 3년 전 여행비자로 입국해 미등록 상태로 수원 등지의 건설공사장에서 일해 온 심씨는 이날 비가 내려 일을 나가지 못하자 수원시 지동 '못골 놀이터' 부근에 사는 중국인 친구의 셋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심씨가 친구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수원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승합차량 2대를 세워놓고 다세대주택 3개 동에 대해 이른바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단속반은 주택을 샅샅이 뒤져 심씨의 친구 5명을 포함해 10명의 이주노동자를 붙잡아 연행했다.
이를 본 심씨는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씨를 발견한 단속반원 2명이 곧바로 쫓아와 그의 웃옷을 붙잡았고, 심씨는 순간적으로 옷을 벗어버린 채 도망치려다 약 5m 높이의 옹벽 아래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의 머리와 코에서는 피가 흘렀고, 다리를 다쳐 일어서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대위 측은 당시 단속반원들이 심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응급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대위 측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단속반원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심씨 주변에서 한동안 지키고 서 있다가 그대로 가버렸다"면서 "심하게 다친 사람을 응급구조 조치도 않고 방치한 것은 무책임하고 반인권적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단속반이 떠난 뒤 심씨는 다리를 절며 가까스로 자신의 집에 도착해 실신했으며, 이날 밤 늦게 다른 친구들의 도움으로 수원 J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