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영결식과 노제에 참석한 아이들뜨거운 햇볕보다 어른들의 큰 키가 아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천진하게 웃고, 천진하게 물으며 노제에 다녀왔다. 선생님들이 통곡을 하자 아이들도 눈물이 났단다.
한희정
지난 주는 우리 사회를 강타한 한 인물의 죽음에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믿기지 않은 소식에 무얼 해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를 찾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밤새 달려 봉하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수업 시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영상을 보며 함께 그를 추억하고, 29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시청 앞 노제에 참석하기도 했지요.
소만이 지나니 마을 골목 곳곳은 감나무꽃이 한창입니다. 연노랑 감나무꽃을 보니 시청 앞의 노란 물결, 하늘로 올라가던 노란 풍선이 떠오릅니다. 통꽃으로 뚝 떨어진 감나무꽃에 마음이 다시 애달파집니다. 강원도 아리랑의 한 사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감꽃을 주우며 헤어진 사랑, 그 감이 익을 때 오마던 사랑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그 감이 익을 때 오마던 사랑이지만, 이제 우리는 누구를 기다려야 하고 무엇을 추억해야 하나 여러 상념에 젖는 날들입니다. 이런 저런 상념을 엮어가듯이 아이들과 감꽃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마을 곳곳을 돌면서 감꽃을 주워 철사에 꿰었습니다. 그렇게 꿴 목걸이를 들고 마을 개울가를 찾았습니다. 그 꽃목걸이를 물에 띄워 놓은 모양새가 새만금 바다에 떠있던 솟대며 장승을 떠올리게 합니다.